제주 영어마을교회 집회

지난 2월 제주 영어마을교회를 개척하고 담임하는 이석재 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기억이 희미한데 이석재 목사님은 2011년인가 중국 코스타에서 스치듯 인사했고, 2012년 코스타 코리아 실행위원 모임에서 다시 만나 얼굴을 익혔다.
이석재 목사님은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공부했고, 캐나다 코스타 실행위원으로 오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2012년 말 내가 제주에 요양하러 갔을 때 우연히 마트에서 만나 반가움을 나눴다.

이 목사님은 그리고 2012년 말 제주로 와서 지내던 중 2014년 영어교육도시가 조성되자 4개 국제학교에 들어가서 학생들을 만나 전도하기도 하고 기독학생들을 양육하기도 하고 때론 국제학교 교사들을 만나기도 하면서 자연스레 예배모임이 되었다고 한다.
또 아이들을 국제학교에 둔 부모(대부분 엄마)들을 신앙으로 붙들어 주기 위해 성경공부모임을 하다가 이 모임이 ‘영어마을교회’가 되었다고 한다.
현재 이 목사님은 주일마다 4개 국제학교에 들어가 다른 시간대로 학생들과 예배를 하고, 상가에서 주로 학부모들로 구성된 ‘영어마을교회’ 예배를 인도한다고 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이 수고와 고생을 하다니.
주님의 사랑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교회에서 3월 8일 월요일부터 10일 수요일까지 집회를 하는데 말씀을 전해달라고 했다.
시간은 새벽 6시와 오전 11시.
시간이 왜 그러냐고 했더니 저녁에는 엄마들이 아이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모이지 못해서 아이들이 등교하기 전인 새벽과 아이들 등교 후인 낮에만 모일 수 있단다.

약 두 주 동안 기도하고 전체 주제와 매일 본문과 제목을 정했다.
월 편애와 박애, 화 구원과 고통, 수 포기와 승리.
낮에는 우리의 모순같은 삶의 의미를 교정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
새벽에는 월 인도하심, 화 들으심, 수 축복하심으로 정하고 보니, 시간대로 보기에도 우리의 삶 위에 하나님의 은혜가 놓였기에 전체 주제로 ‘모순 같은 삶에 임한 하나님의 은혜’로 정했다.

월요일 새벽부터 해야 하기에 주일 우리 가족끼리의 예배를 마치고 바로 오후에 김해공항을 거쳐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영어마을이 관광지와 동떨어진 한적한 곳에 조성되었기에 근처 작은 팬션을 숙소로 잡았다.
제주에는 관광지가 아니면 식당이 일찍 문을 닫기에 먼저 이석재 목사님과 저녁 식사를 하고 교회당을 둘러봤다.

숙소에 들어갔는데, 이 목사님이 평소 네 페이스북을 보고 내 취향을 파악해서 준비한 간식이 있었다.
거문고를 듣고 예언한 엘리사(왕하3장)처럼 초콜릿과 콜라를 먹고 흡족하여 설교할 수 있었다.

숙소에 준비된 음료와 간식 [사진 강신욱]

평소 나는 원고를 두고 읽는 스타일인데 그래선 안될 분위기 같았다.
설교를 거의 외느라 새벽 2시까지 있다가 5시에 깼다.
새벽에 도착해 보니 이 목사님 혼자 방송준비를 하고 있었다.
현장 예배 참석은 약 10명 정도 이고, 아이 등교준비 시키느라 집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하거나, 서울에서 참여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제주에 간 김에 경치 좋은 곳에 가서 사진이라도 찍자 싶어 카메라를 가져갔다.
그러나 집회 강사로 와서 관광지로 돌아다닌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냥 식사 장소로 이동하는 중간에 잠깐 몇 컷 찍는 정도로 만족했다.

설교 직전 성도 중 한 분씩 대표기도를 했는데 뒤로 가면서 내 설교를 소화한 표현이 나오는데 강사로서 참 보람되고 기뻤다.
잠을 자지 못하고 설교를 준비한 피곤함이 사라지는 듯했다.

제주에는 내가 전에 담임했던 남서울평촌교회 성도 몇 가정이 내려와 정착해 살고 있다.
계속 연락이 있던 한 권사님께 연락했는데 댁이 먼데도 여섯 번 모두 참석하셨다.
그리고 세 번의 아침 식사를 대접해 주셨다.

셋째 날 수요일 새벽에는 근처 대정한사랑교회에서 모인다고 했다.
대정한사랑교회는 중문에 있는 감리교회가 대정 지역에 감리교회가 없다고 해서 세운 교회이고, 담임인 최익두 목사님은 늦게 신학을 하고 처가가 있는 제주로 내려와 개척을 한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소위 개점휴업 상태가 되어 버렸다.
이석재 목사님이 지역에 새로 교회가 세워져 교제를 했는데 참 좋은 분이라고 했다.
만나보니 얼굴에 순함, 착함이 적혀 있었다.
이 목사님이 연합집회를 제안했고 대정한사랑교회가 내 렌트카를 준비했다.
가족이 대부분이지만 대정한사랑교회 성도에게도 줌 링크를 제공했다.
그래서 수요일 새벽에는 그곳에서 모인 것이다.
교회간의 참 아름다운 연합이다.

인상적인 것은 대정한사랑교회 강대상에 적힌 글씨이다.
보통은 아무 무늬가 없거나 교회 이름을 넣거나 포도나무를 새기는 정도인데 글씨가 있어 인상 깊었다.
“The grace of the Lord Jesus be with all”
요한계시록 마지막 구절이자 곧 성경의 마지막 구절이다.
“주 예수의 은혜가 모든 자들에게 있을지어다”(계 22:21)
교회는 세상을 향해, 성도를 향해 축복하는 교회가 되어야 함을 다시 새겼다.

대정한사랑교회 강대상

마지막 설교 때 내 사역의 변동과 우리 가정의 반응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설교를 마치고 내가 마지막 기도를 하는데 몇 분이 많은 눈물을 흘렸다.
이석재 목사님은 나를 축복하는 시간을 가져 주었다.

은혜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이라 성도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는 큰 위로와 격려가 되는 집회였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