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말할 수 있는 죽음

7월 15일(월) ‘자살, 말할 수 있는 죽음’이란 주제의 자살예방 순회포럼이 부산에서 있었다.
라이프호프부산이 함께하는 일이라 20여 일 열심히 홍보했다.
150명 참석하면 서명을 받아 자살예방에 정부와 지자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청원을 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목표인 150명을 채우기가 힘들 것처럼 보였다.
감사하게도 183명이 참석했다.
주최측에서도 깜짝 놀랐다.
이제 부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자살예방에 관심이 있다는 것의 반증일 것이다.

포럼 시작 모습 [사진 강신욱]

국회의원, 교육감, 부산시 국장이 순서를 맡았다.
내 담당역할이 의전이라 평소와는 다른 헤어스타일과 의상을 준비했다.
아쉽게도 내빈이 모두 인삿말 영상을 보내는 바람에 넥타이 빛이 바랬다.

대신 다른 두 가지 일을 했다.
첫째는 후텁지근한 길에서 포럼 장소를 안내하는 청소년들 격려하는 일이다.
혹시 마시고 싶은 음료가 있는지 슬쩍 물어봤더니 초코파르페를 원했다.
네 명의 청소년에게 음료를 전달할 때 한 명이 내게 물었다.
“목사님, 혹시 교수님이세요?”
“아니, 왜?”
“어떤 분이 포스터를 본 후에 목사님 보고 ‘저분이 강의하는 교수님이냐?’라고 물어봐서요.”
이런 인상에 이런 차림으로 다녔더니 난데없이 교수 코스프레가 됐다.

장소 안내 포스터를 들고 수고한 청소년과 함께 [사진 임윤택]

둘째는 자살유가족 중 한 명이 기독교인인데 교회에서 유가족까지 죄인 취급을 하는 바람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목사로서 너무 미안했다.
포럼이 끝났을 때 다가가서 목사라고 밝혔다.
“교회에서 겪으신 일을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당사자는 아니지만 목사로서 사과하고 싶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그 목사님이 몰라서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나중에 그 유족이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내용을 주최측에 전달했다고 들었다.
진작 받았어야 하는 사과를 당사자도 아닌 사람에게 받았을 뿐인데 감명을 받았다니 더 민망했다.

라이프호프부산 기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