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치유자

나는 2011년 1월부터 공황장애를 앓았다.
처음 2년은 매일밤 거의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고통을 겪었다.
나중에 공황장애라는 것을 알고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것으로는 모자라서 요양을 떠나기도 했다.
조금 나아졌을 때 나는 다시 일에 매진했다.
삶과 일의 스타일을 바꾸지 않자 공황장애가 재발했다.
다시 약을 먹었고, 요양을 떠나야 했다.
이번엔 약을 거의 끊을 무렵 상담치료로 받았다.
거의 5년간 너무 고생했고, 그후로도 5년 이상 계속 힘들었다.
지금도 비상약을 늘 가지고 다닌다.

오늘 공황장애가 시작되어 고통을 겪고 있는 한 목사님을 만났다.
내가 오랫동안 공황장애로 고통을 겪은 것을 아는 동기 목사가 그 목사님과 함께 낮은울타리를 찾아온 것이다.
서로가 겪은 공황장애 이야기만 하는 하는 것으로 공감대가 형성된다.
아무도 모르는 공황의 어려움을 겪고, 신경정신과를 찾아가고, 검사를 하고, 약을 먹는 과정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같이 다과도 하고 밥도 먹었다.
금방 세 시간이나 흘렀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오늘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필요할 때 또 연락주세요. 고통은 공감 받을 때 덜어지는 것 같습니다.”

겪을 때는 죽을 것 같은 고통이었는데, 그 경험이 누군가를 살리는 도움이 되고 있다.
헨리 나우엔의 책 제목처럼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고 있다.
사실 예수님도 ‘상처 입은 치유자’이지 않으셨는가.
이 역설을 살아감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