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전화

어릴 때 선친으로부터 전화에 대한 에티켓을 배운 적이 있다.
아침 일찍이나 늦은 밤에는 다른 집에 전화하지 말라는 것이다.
받는 집에서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무슨 급한 일이 있나?’ 싶어 깜짝 놀란다는 것이다.

목사고 되고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 전화가 울리면 얼마나 놀라는 지 모른다.
전화벨 소리에 귀가 놀라는 것이 아니라 또 어느 성도의 가정에 급박한 어려운 일이 생겼나 싶어 마음이 놀라는 것이다.
전화를 받으면 전화벨 소리 이상으로 마음이 놀라고 아픈 일을 듣게 된다.
그래서 담임목사로 있을 때 내용만으로 충분히 아프니 목사의 심장을 위해 아침 일찍이나 늦은 밤에는 웬만하면 전화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오늘 아침 아는 권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새벽은 아니지만 이른 아침이다.
반가운 이름이었지만 덜컥 염려가 앞섰다.
아니나 다를까 가족 중에 지난 밤 응급실에 가는 일이 생겼고, 오늘 수술을 하는데 기도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몇 년 전 큰 아들이 강원도 동해로 청년부 수련회를 갔는데 자정 무렵 담당교역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 아이가 응급실로 갔다는 것이다.
밤이 늦고 거리는 멀어 어떻게 할 수 없이 보낸 정말 악몽같은 밤이었다.

그 기억이 있어 기도를 부탁한 권사님의 마음이 조금 헤아려졌다.
나는 인간이 느끼는 고통이 있다면 절로 생긴 것이 아니라 하나님도 그런 마음을 느끼신다고 믿는다.
사랑하고 기뻐하는 아들이 오히려 가증스런 인간에게 모욕을 받고 십자가에 달려 고통 중에 죽어가는 모습을 봐야 하는 아버지 하나님이 아니신가.
예수님은 육신을 입고 오셔서 우리의 몸과 마음으로 겪는 그 일들을 체휼하셨다고 하지 않았는가.
통화를 끝내고 기도를 했다.
“하나님, 밤새 가슴을 졸였을 이 어미의 심정을 헤아려 주십시오”

권사님께 문자를 보냈다.
기도했노라고.
그리고 그렇게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기도를 부탁하고 싶은 사람으로 나를 떠올려 주셔서 감사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