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살리 탐방로 단상(12) – 생각의 숲길
원치도 않았고, 예상도 못했고, 이름도 몰랐던 고살리 탐방로를 걸었다. 습하면서도 상쾌한, 육지에서는 맡아보지 못했던 숲의 향내였다. 마치 비밀스런 요정의 세상에 나만 몰래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런 생각하지 않기 위해 …
원치도 않았고, 예상도 못했고, 이름도 몰랐던 고살리 탐방로를 걸었다. 습하면서도 상쾌한, 육지에서는 맡아보지 못했던 숲의 향내였다. 마치 비밀스런 요정의 세상에 나만 몰래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런 생각하지 않기 위해 …
드디어 탐방로 끝에 이르렀다. 탐방로 끝을 알리는 표지석이 서 있다. “이제 끝이다.” 표지석 너머부터는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있다. 길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끝이 아닌 다른 시작이다. “끝이 아니네.” 인생 너머엔 …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 끝이 어디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정표에서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알려 준다. “이제 다 왔구나.” “조금만 더 가면 끝이구나.” 여전히 숨은 가쁘지만 안도감이 온다. 내 인생도 앞이 …
겉으로 나무는 기둥처럼 혼자 잘 서있는 것 같다. 우연히 길에 드러난 나무 뿌리를 보게 됐다. 잘고 보잘 것 없는 뿌리가 얽히고 설켜있다. 아마도 땅 속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더 복잡하게 …
치노는 높은 곳 옆으로 가는 걸 무서워한다. 물 마른 효돈천을 가로지르는 길을 가는데 치노가 발걸음을 멈췄다. 좌우에 물이 없고 그냥 시멘트로 만들어진 평탄한 길인데도 무서운가 보다. 그러면 나는 치노를 어떻게 …
갖가지 초록색과 갈색이 난무하는 숲길에서 이질적인 색이 눈에 들어온다. 인적 없는 탐방로 곁에, 큰 나무 둥치 아래, 작고 연약한 가지에 역시 작고 빨간 열매가 달려 있다. 자랑하거나 주장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
탐방로 곳곳에 길 한가운데 자리 잡은 나무가 있다. 나무에게 왜 거기 있냐고, 비키라고 할 필요가 없다. 그냥 돌아가면 된다. 인생길에서도 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있는 장애물을 만난다. 난 거기 멈춰 서서 …
탐방로에는 보통 볼 수 있는 사이즈의 나무들이 많았다. 가끔은 아름드리 나무가 떡하니 눈을 채우기도 했다. 덩치만으로도 시선을 끌 만한데 의외로 이쁘기까지 한 것도 있었다. 물론 나무 자체가 이쁜 건 아니다. …
산길이라 당연히 길이 고르지 않다. 길 가운데 나무가 있어 좌우로 잠시 나뉘었다가 합쳐지는 길이 있다. 좌로 가는 길이 맞을까, 우로 가는 길이 맞을까? 아무도 고민하지 않는다. 바로 몇 미터 앞에서 …
산중턱 바로 아래 유명하지 않은 오전의 탐방로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방해나 신경 쓸 일이 없어 좋으면서도, 높이 솟은 나무들로 인해 컴컴한 숲길은 약간 무섭기도 하다. 이래서 길동무가 필요하다. 말도 붙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