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울타리 식구들이 석 주만에 모였다.
시월 첫 주일은 친지들을 만나느라 쉬고, 둘째 주일은 내가 대전 새중앙교회에 가서 설교하는 것을 온라인으로 참석했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더 일찍 가서 다 준비하고 여유있게 식구들을 맞았다.
초인종이 울리고 내가 문을 열었을 때 식구들은 웃으면서 현관으로 들어왔다.
“무슨 좋은 일이 있으세요?”
“아뇨, 그냥 좋아서요.”
그렇다, 믿음의 식구들은 모이는 것만으로도 좋다.
성도의 감사와 찬양 시간에 한 식구가 지난 주중에 기차를 타고 동해시까지 가서 관광과 식사를 하고 그날 돌아오는 여행을 했는데 즐겁고 좋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난 여름의 폭염을 잊을만큼 성큼 다가온 가을에 다들 아스라히 일어나는 여행에 대한 마음이 있었는지 이런저런 대화가 이어지며 풍성한 나눔이 되었다.
나는 요한복음 20:27-31을 본문으로 ‘성경이 기록된 목적’이란 제목으로 설교했다.
성경이 기록된 히브리어나 헬라어는 부사가 없기 때문에 성경이 강조할 때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반복이다.
반복되는 단어를 보면 그 단락이나 그 성경이 무엇을 강조하는 지 알 수 있다.
요한복음은 다른 복음서보다 ‘믿음’이란 단어를 세 배나 자주 사용했다.
그리고 요한복음 20:31은 말한다.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
설교 후 찬송가 제586장을 불렀다.
수도권에서 목회할 때 나는 설교 후 이 찬송을 자주 불렀다.
그리고 이 찬송의 배경을 알기에 나는 이 찬송을 부르며 자주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어제 주보를 만들며 깨닫게 됐다.
낮은울타리 예배에서는 한 번도 이 찬송가를 부르지 않은 것이다.
참 의외였다.
아마도 결단과 헌신을 요구하기 어려운 신앙적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에 오늘 부르면서 나는 여러 번 울컥하는 걸 어렵게 참았다.
예배 후 식사하며 한 식구가 가을 소풍 겸 기독교 유적지 탐방을 언제 가냐고 물었다.
식구들의 일요일 근무 일정을 확인한 후, 일단 11월 22일과 23일 1박2일로 일정을 잡고, 장소는 내가 두 번 방문해서 다소 익숙한 광주 양림동으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