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3일(토)-14일(일) 1박2일 동안 낮은울타리 식구들과 광주광역시 양림동 선교사 유적지 탐방을 갔다.
올 1월에 내가 광주양림교회에서 설교하며 양림문화마을을 방문하고선 낮은울타리 식구들도 이곳에 와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양림동에 대한 소개도 했다.
이렇게 저렇게 시간을 맞춰봤지만 잘 되지 않았는데, 올해가 가기 전에 어떻게라도 가자는데 마음을 모아 토요일부터 시간을 낼 수 있는 팀은 1박을 하고, 1박을 할 수 없는 팀은 일요일 일찍 합류하는 걸로 계획을 짰다.
1박 팀과 카풀로 함께 토요일 오후에 해운대에서 출발했다.
비도 내리고 안개가 짙어서 운전하기가 힘들었지만 낮은울타리 식구들과의 광주행이라 설렘이 더 컸다.
동승한 식구가 간식을 푸짐하게 준비해서 입이 즐겁게 4시간을 보낸 것 같다.

숙소인 호랑가시나무언덕 팬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캄캄해진 다음이었다.
이곳 호랑가시나무는 선교사들이 100여 년 전 이곳에 와서 향수병이 심할 때 이곳에 있는 호랑가시나무를 보고 고향에서도 본 나무라며 위로를 받았다고 해서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팬션은 원래 선교사의 사택으로 사용되던 곳인데, 나중에 개인이 인수해서 팬션으로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모든 방은 선교사들의 이름을 땄는데, 낮은울타리는 포사이드룸과 배유지룸을 예약했다.
배유지는 유진벨 선교사의 한국식 이름이다.


와일리 해밀튼 포사이드(Wiley Hamilton Forsythe, 1873-1918) 의료선교사.
사실 언더우드나 아펜젤러 또는 유진벨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분이다.
이 분은 한국에서 선교하다가 괴한에게 두개골이 깨지고 얼굴이 상하는 부상을 입었으나 미국에서 치료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환자를 돌보러 가던 중 쓰러진 한센병 여인을 발견하고 자신의 말에 태워 거처로 옮긴 후 돌보며 다른 한센병 환자들도 돌보기 시작해서 한국에 한센병원이 세워지는 기초를 놓아 ‘조선 나환자의 아버지’라 불렸다.
그 모습이 유명한 깡패 최흥종을 ‘광주의 아버지’라 불리도록 변화를 시켰다고 한다. 괴한에게 다시 귀가 잘리고 풍토병을 얻어 미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모금과 선교사 동원을 위해 애쓴 분이다.
그분을 기념하는 방에서 묵게 된 것이 영광이었다.

저녁 식사를 위해 근처를 돌아봤는데, ‘선교사의 밥상‘이란 메뉴가 있었다.
어찌 다른 메뉴를 선택하랴!
사장님이 유래와 먹는 방법까지 설명해주셨다.
외국에 나가면 음식 때문에 고생하는 나로서는 100여 년 전 낯선 땅에 오신 선교사님들의 실생활의 고충을 색다르게 떠올려볼 기회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