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입은 위로자

부산에 와서 비기독교인도 만나지만 목사나 선교사 또는 부부를 만나게 된다.
원래 부산에 거주하는 분들도 만나지만 수도권에서 일부러 오는 분들도 있다.
휴가철도 아닌데 좋은 일로 부산까지 내려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무데서나 말할 수 없는 사정을 안고 오는 것이다.

오늘 캠퍼스 선교단체 JOY 대표를 역임하고 안식년 중인 김수억 목사님 부부를 만났다.
김 목사님은 내가 남서울평촌교회를 담임할 때 청년부 수련회 주강사로 와서 설교했는데 깊이 있는 묵상에서 나온 해석과 차분한 어조가 참 맘에 들었다.
나중에 내가 사임하기 직전 마지막 집회의 외부강사로 청하기도 했다.
캠퍼스 사역을 하면서도 지역 교회에서 15년간 꾸준히 잘 섬기는 모습을 봤다.

그런데 갑작스레 교회를 사임했다고 한다.
목회자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너무 아쉬웠다.
교회의 의논과 배려가 전혀 없었다.

나와 아내는 공감하며 듣고 같이 속상해 한다.
그분들이 작은 위로라도 받는 것은 우리도 비슷한 일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도 선배 목사님으로부터 공감받고 비슷한 위로를 경험했노라고 말한다.

상처를 입을 때는 원망스럽고 힘들었다.
그러나 그 상처 때문에 상처받은 타인을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헨리 나우웬의 책 제목처럼 ‘상처입은 치유자’ 정도는 아니지만 ‘상처입은 위로자’ 정도는 된 것 같다.

예수님도 모욕받고, 멸시받고, 거짓증언 당하고, 수치 당하셨기에 우리의 위로자와 치유자가 되셨다.
조금이라도 그분을 따를 수 있다는 건 큰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