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평소같으면 송구영신예배를 준비하느라 분주했을 것이다.
교회를 사임하고 한 편으로는 자유롭고,
다른 한편으로는 매인 몸으로 맞는 첫 연말이다.
저녁에 가까이 사시는 어머니와 장모님을 집으로 모셨다.
80 평생 신앙생활하며 사신 할머니들에게
송구영신예배 없는 세밑은 너무도 허전해서 우울하기까지하기 때문이다.
아내가 오후부터 준비한 저녁식사를 하고 두 분이 일어서시려는데
내가 같이 예배하자고 했다.
다시 깨끗이 치운 식탁 주변에 앉아
찬송가 301장 ‘지금까지 지내온 것’을 두 번 불렀다.
둘째가 바이올린을 켜고, 내가 기타로 어설픈 서브를 맡았다.
코드가 E플랫이라 기타로 치기 어려우니 반음만 올려 E로 하자고 했다.
기타 서브가 묻힐 만큼 둘째가 바이올린을 잘 켜주어서
다들 마음을 담아 찬송할 수 있었다.
두 어머니는 울먹이느라 가사를 또박또박 발음하지 못했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주의 의로운 규례들을 지키기로 맹세하고 굳게 정하였나이다. 나의 고난이 매우 심하오니 여호와여 주의 말씀대로 나를 살아나게 하소서. (시편 119:105-107)
나는 시편 119편 105-107절 말씀으로 설교하며,
올해 우리 가족 각자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상기시켰다.
코로나 중에도 하나님의 은혜는 풍성했고
우리가 만족할만했음을 고백했다.
그리고 올 한 해 등과 빛과 위로가 되어주신 하나님이
내년에도 함께해 주시길 기도했다.
두 어머니와 함께 이렇게 예배한 것이 처음이라
참 감격스럽고 감사했다.
밤 11시에 시작하지 않더라도
정말 의미있는 송구영신예배였다.
새해, 새달, 새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