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내려와서 내 아내의 초등학교 동창과 그 남편 부부를 만나고 있다.
‘첫 번째 심방(https://lowfence.net/w/503/)’이란 제목으로 쓴 글의 주인공이다.
남편은 나와 동갑인데 부산해양대학교를 나와 큰 배를 타다가, 우리나라에서 댄스로 대학에서 1호 교수를 하다가, 지금은 ‘국민빠마’라는 미장원을 개업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안그래도 멀리 이사를 하게 되면 어디서 이발을 해야할 지 선정하는 것도 약간의 스트레스인데, 난 자연스럽게 송 원장님께 머리를 맡기게 되어 스트레스를 덜었다.
송 원장님은 내가 이제까지 만난 어떤 헤어디자이너와 같지 않다.
마치 이쪽 일을 수십 년 한 사람처럼 머리결과 스타일과 제품에 대해 막힘없이 설명하고 제안하는데, 가끔씩 ‘정말 이 분이 원양선을 탄 사람이 맞나, 이 분이 대학에서 댄스를 가르친 교수가 맞나?’ 싶을 정도이다.
머리를 하며 서로의 인생 이야기를 하고, 최근 관심사를 말하기도 하고, 성경과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
다른 장소에서 같이 식사하고, 휴일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머리숱이 많지만 뻣뻣해서 머리를 좀 기르면 안그래도 큰 머리가 너무 커보인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소위 ROTC 스타일의 머리를 계속했다.
그런데 50이 되는 겨울에 머리가 시려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했다.
송 원장님은 처음으로 내게 다운펌을 제안했다.
파마의 일종인데 꼬불꼬불하게 되는 게 아니라 머리카락을 머리에 붙여 준다고 했다.
나는 이런 일에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
다운펌이 신앙의 양심이나 목사의 품위와 전혀 상관없기 때문이다.
마치고 셀카를 찍는데 만족스럽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머리를 깎으니 한 달에 한 번 꼴로 심방하는 셈이다.
두 달에 한 번은 다운펌을 하기로 해서 길게 심방하게 된다.
친구도 만나고 스타일도 살아나니 신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