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성경으로

한국 교회는 초기 핍박 상황과 1970년대 이후 경제성장과 맞물려 다분히 미국식 복음주의와 유대교적 근본주의식 성경관을 가지게 됐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런 시각과 의식을 가져야 신앙이 좋은 것으로 인정 받기도 하고 스스로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학을 하고 목회 현장에서 계속 성경을 연구하면서 내 시각은 달라졌다.
가르치는 자로서 “이해가 되지 않으면 억지로라도 믿어야 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난 사춘기 때나 청년 시절보다 목사가 되어 성경의 내용에 대해 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더욱이 요즘 비신자들을 만나다 보니 그들의 입장에서 성경을 보려 해서 더 그런 것 같다.

얼마 전 통영 #봄날의책방 에서 우연히 만난 ‘다시, 성경으로’(레이첼 헬드 에반스)는 독자로 하여금 제목처럼 다시 성경으로 쉽게 돌아가게 만드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나도 이런 의문이 들었어”, “나도 이 내용이 영 불편하고 이해되지 않았어”라고 맞장구를 치게 만들고 성경에서 멀어지게 할 위험이 농후한 책이다.

‘다시, 성경으로’ 표지 [캡처 강신욱]

하지만 활자가 아닌, 아깝게 요절한 저자의 문학적 표현을 헤아려 보면 ‘성경’이라 불리는, 원본이 없고 다양한 문학적 요소를 가진 고대문서를 불완전한 사람에게 주시고 그 해석의 여유까지 허락하신 하나님의 아주 인격적인 매력에 빠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왜 원제가 ‘inspired’인지 와닿는다.
하나님의 아주 감각적이고 섬세하면서도 인간을 존중하고 배려한 마음이 ‘영감된’ 책이 성경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성경만 모든 인생과 세상의 도식적 교과서요 뻔한 해답서라고 믿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공감하며 읽고 기존의 시각을 바꾸든지, 중간에 이 불온서적(?)을 집어 던지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