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많은 교회가 추수감사절로 지키는 11월 셋째 주일밤 전화가 왔다.
동대문 쪽방촌과 노숙자를 대상으로 하는 등대교회의 김양옥 목사님이었다.
김양옥 목사님은 합동신학대학원 동기이며 나를 이어 동기회 총무를 맡고 있다.
“강 목사님, 오늘 우리 교회 추수감사절 헌금이 1054만원이 나왔습니다. 1100만원을 채워서 내일 송금하겠습니다”
쪽방촌과 노숙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회인 등대교회는 2006년도에 개척됐다.
신학교 시절부터 가난한 자들을 위한 사역을 생각하고 있던 김 목사님은 쪽방촌 교회로 유명한 영등포 광야교회에서 교역자로 사역하다가 당시 교회가 없던 동대문에 와서 개척한 것이다.
김 목사님이 가가호호 방문하며 사정을 듣고, 말소된 주민등록을 살려주고, 수급비를 타게 해주고, 쌀도 주고, 옷도 주고 하면서 복음을 전했다.
초기에는 함께 예배하러 갔을 땐 행색도 엉망이고 냄새가 심했다.
그러나 지금은 깨끗하고 단정한 차림새에 냄새도 전혀 없다.
뿐만 아니라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 임대아파트를 얻어 나간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들이 여전히 등대교회에 남아 예전에 자기와 같은 사람들을 일깨우고 섬기고 모범이 되는 것이다.
실로 아름다운 지역교회가 되었다.
그런데 후원을 받는 이 교회가 얼마 전부터 ‘우리도 더 어려운 교회를 돕자’라며 열심히 기도하고 헌금도 하는데, 특별히 추수감사절 헌금은 전액 외부로 보낸다.
자발적으로 기도하고 자발적으로 헌금하는데 50명 가까운 인원이 1000만원이 넘게 헌금했다는 것이다.
이건 쪽방촌 교회의 형편을 생각할 때 보통 교회로 하면 1억원이 훨씬 넘는 액수이다.
두 렙돈을 드린 과부(누가복음 21:1-4)나 힘에 지나도록 자원한 마게도냐 교회들(고린도후서 8:1-5)처럼 정말 어려운 형편 중에도 있는 것을 기꺼이 드린 것이다.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저를 위해 기도하시고 헌금해 주신 등대교회에 너무 감사하긴 한데, 제가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강 목사님이 예전에 막 개척한 나를 집회에 초청해 설교를 시켜 주시고, 교회 의료팀을 보내서 쪽방촌 주민들을 지금까지 잘 챙겨주신 것이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지금의 등대교회를 있게 한 힘이었습니다. 지금 강 목사님이 어떤 마음으로 부산에서 개척하는지 우리가 알고 있으니 성도들이 기쁨으로 헌금하신 것이지요”
“예, 감사하지요. 그래도… 그래도….”
“지난 번 어느 분이 1000만원 보내셨다고 했는데, 이번에 우리 교회에서 1100만원 보내면 보증금이 채워지는 거지요?”
“예”
“하나님이 하셨네요”
“예”
감사하고 민망해서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얼떨떨하기만 했다.
“등대교회 성도들에게 감사인사라도 하러 가야되겠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네요.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기회를 찾기 어려우니 더 시간이 가기 전에 한번 방문하겠습니다.”
“예, 그러면 좋지요”
월요일 오전 1100만원이 입금되었다.
내가 그분들의 교회를 방문하고, 쪽방을 방문하기도 했었다.
그들의 삶과 헌신을 알기에 두렵고 조심스럽다.
그런 기대와 기도와 헌신을 바탕으로 교회가 세워진다.
교회를 내가 세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세우시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그 일하심을 보며 나는 놀란다.
지금 내게는 홍해가 갈라지고 메추라기 떼가 내린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 눈 앞에 새롭게 열린 길로 걸어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