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타락?

중고등학교 시절 세계사 교과서의 한 단락 제목이 ‘교회의 타락’이었다.
중세 유럽 천주교 교회의 부패를 언급하는 내용이었다.
기독교 역사의 일부로서 부끄럽게 여기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학대학원에서 성경과 교회에 대해 배우고 나니 그 때 배웠던 ‘교회의 타락’이란 제목이 마음에 걸렸다.
‘교회’는 이 땅에서 나타나는 모습은 불완전할지라도 하나님께서 부르시고 완성하시는 그리스도의 순결한 신부이다.
‘그리스도의 신부’가 타락한다는 것은 신앙의 양심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다.
성도에게는 이 내용을 가르치고 ‘교회의 타락’이란 표현을 하지 말자고 했다.

문제는 비기독교인들과의 대화이다.
한 왕이 폭정을 휘두르면 그 왕이 선정을 베풀지 못했다고 하지 그 왕조가 폭정을 휘두른다고 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일부 지역 교회나 특정 교단이나 목사들의 부도덕한 사례가 드러나면 일반 시민보다 훨씬 많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만 그들만의 일로 언급되어야 할 것이다.
할 수 있으면 기독교 신앙에서 ‘교회’가 이런 의미라는 것을 설명하고, 그래도 더 많은 교회와 성도가 사회에 긍정적인 모습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을 생각해달라고 부탁하며, ‘교회의 타락’이란 표현은 자제해 달라고 청했으면 한다.

“예수님의 신부는 더럽지 않아요”라고 항변하고 싶지만, 나를 포함한 교회의 실상은 부끄러운 것이 사실이다.
조금 더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