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남자와 여자에게 각각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선악과를 먹은 이유를 물으셨습니다. 그런데 뱀에 대해선 이런 질문을 하지 않으시고 바로 저주하셨습니다. 14절에 보면 하나님이 뱀을 향해 ‘네가 모든 가축과 들의 모든 짐승보다 더욱 저주를 받아’라고 하신 걸로 봐서 인간의 타락을 통해 모든 가축과 짐승에게도 저주가 임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뱀이 저주를 받기 전에는 배로 다니지 않았나요?”
“뱀이 저주 받기 전 상태를 본 적도 없고 그와 관련된 기록도 없으니 그건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배로 물이든 땅이든 미끄러지듯 잘도 다니는 걸 볼 때 저게 저주 받은 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14절 마지막에 ‘흙을 먹을지니라’ 했는데, 지금 뱀이 흙을 먹는 건 아니니까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저주의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성경을 다 아시는 건 아니군요”
“목사라고 어찌 다 알겠습니까? 하지만 중요한 것은 확실히 압니다.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15절이 아주 중요한데요. 읽어 주시겠어요?”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네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 하시고”
“하나님이 뱀에게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신대요. 뱀 좋아하시는 분 없죠?”
“아휴, 징그럽죠”
“싫어요”
“남자도 뱀은 싫어하지만 여자분들이 더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가끔 동네에 작은 뱀을 봤는데 여자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지만 남자 아이들은 뱀을 때려잡겠다고 막대기를 집어 들고 쫓아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다음입니다. ‘여자의 후손’이란 표현이 나옵니다. 모든 사람은 남자의 후손입니다. 우리가 보통 부정모혈(父精母血)로 태어났다고 하죠. 사람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태어납니다. 그런데 역사상 ‘여자의 후손’이 단 한 명 있습니다.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난 예수님입니다. 이 ‘여자의 후손’은 예수님을 가리킵니다. ‘여자의 후손’이 사탄의 머리를 상하게 한다는 것은 예수님이 사탄의 권세를 무너뜨리고 사람을 구원하신다는 예언입니다. 창세기에 예수님의 구원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창세기 3장 15절을 ‘원시복음’이라고 합니다. 복음의 원조라는 말입니다”
“복음에도 원조가 있네요”
“예, 성경에 구원자에 관해 처음 말하고 있으니까 원조지요.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라는 요한복음 3장 16절 들어보셨죠?”
“예, 알죠”
“그 말씀도 중요하지만 번지 수가 비슷한 창세기 3장 15절도 중요합니다. 이 번지 수를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창세기 3장 15절”
“창세기 3장 15절”
“사탄은 구원자의 발꿈치를 상하게 한다고 했는데,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실 때 세 개의 못에 박혔다고 합니다. 두 개는 각각 양 팔에, 하나는 포개진 두 발에 박았는데 그 못이 예수님의 발꿈치뼈를 상하게 했다고 합니다”
“아,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그 끔찍한 일이 징표가 되었습니다”
“여자에게는 임신하는 고통을 크게 더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타락한 저주나 형벌로 임신을 하게 된 것이라 생각하면 안됩니다. 화면에 있는 창세기 1장 27절과 28절을 읽어 주시겠어요?”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하시고 1장에서 이미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타락의 형벌은 임신과 출산에 엄청난 고통이 더해지는 것입니다. 옛날 어머니들은 출산하다가 돌아가시기도 했죠. 정말 목숨과 맞바꾸는 고통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낳은 아기라 모성애가 강한 것 같습니다”
“남자에게는 수고해야 소득을 얻을 것이라 했습니다. 타락한 저주로 노동이 생겼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아담은 이미 에덴동산에서부터 일했습니다. 동산을 관리하고 동물들의 생태를 관찰하고 이름을 짓는 일을 했습니다. 저주는 18절에 있는 것처럼 ‘땅이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낸다’는 것입니다. 이건 10만큼 일을 했으면 10을 거둬야 하는데 7이나 8밖에 거두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엔트로피’라고 들어보셨어요? 에너지가 전환되는 과정에서 그냥 사라지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헛수고’가 되는 거죠. 인간의 헛수고와 헛발질은 아담 때부터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뭐가 안되고 힘든 것이군요”
“남편이 너무 못해서 그런게 아니라고 위로해 주십시오. 인생은 원래 그런 거라고”
“드디어 하나님이 육신의 죽음을 말씀하십니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우리가 윗사람이 죽으면 뭐라고 하죠?”
“돌아가셨다”
“바로 그것입니다. 흙으로 지어진 육신이 흙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당연히 영혼도 어느 곳으로 돌아가겠지요. ‘반드시 죽으리라’가 영혼의 죽음인 하나님과의 단절로 끝나지 않고 육신의 죽음까지 가게 됩니다. 인간으로서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을 뿐더러 아직 개념도 없는 죽음에 대한 선고를 받았습니다.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간다는 그 사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두려웠을 것 같습니다. 그건 지금 우리도 마찬가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