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동안 방주를 만들고 음식을 저장하고 그동안 놀림을 당하면서 일상을 사는 것도 힘들었겠지만 아마 홍수 전에 노아의 가족이 가장 힘들었던 때는 홍수 직전이었을 것입니다”
“왜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니요. 오히려 아무 일이 없어서 어려웠습니다. 하나님이 명하신 대로 방주도 만들고 동물들도 다 방주로 들어갔는데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겁니다. 아마 방주가 다 만들어지고 동물들이 모여들어 방주로 들어가자 ‘이게 뭐야, 정말 홍수가 나는 거야?’라고 마음이 흔들렸던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홍수는 커녕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겁니다”
“왜요? 홍수가 일어나지 않은 건가요?”
“문제는 홍수가 일어나는 시점입니다. 노아 가족과 동물들이 방주로 들어간 다음에도 7일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겁니다. 아무런 일도 없는데 방주 안에서 일주일을 지내야 했습니다. 아마 사람들의 비아냥은 더 심했을 것이고 노아의 가족도 ‘우리가 뭘 잘못했나? 아직 끝나지 못한 일이 있나?’ 별별 생각을 하며 힘들었을 겁니다. 다만 하나님이 약속하신 말씀과 자기들에게 이루어진 일 예를 들면 동물들이 모인 일을 기억하며 버텼을 것입니다. 이게 믿음입니다. 신앙생활은 뻔한 길을 가면서 즐거워하는 회전목마가 아닙니다. ‘이게 뭐지?’라는 의문이 계속 들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그 길로 가는 겁니다”
“7일이 지나서 드디어 비가 쏟아집니다. 놀라운 건 그 때 하나님이 방주의 문을 닫으셨습니다. 방주의 문을 닫은 건 노아가 아닙니다. 사람들의 비아냥이 듣기 싫어 그냥 문을 닫지 않았습니다. 구원의 문은 마지막에 하나님이 직접 닫으십니다. 비가 오기 직전까지도 열려 있던 그 문이 닫히면 다시 열리지 않습니다. 7장 11절에 보면 그게 2월 17일입니다. 40일 동안 밤낮으로 비가 쏟아졌다고 하는데 아무리 집중호우라고 해도 그 정도로 내리지는 않지요. ‘그 날에 큰 깊음의 샘들이 터지며 하늘의 창문들이 열려’라고 했는데 문학적 표현인지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7장 19절에 모든 산이 잠겼고 그 위로 7m나 더 물이 불어날 정도가 되었습니다. 모든 생물이 다 죽었습니다”
“이제 물이 빠져야 하는데 자연적으로 빠진 게 아닙니다. 하나님이 노아와 동물들을 기억하시고 바람을 불어 물이 줄게 하셨다는 겁니다. 하나님이 갑자기 물이 확 줄어들게 하신 게 아니라 자연현상인 바람을 통해 그렇게 하셨다고 합니다. 자연현상이 일어나면 자연적 인과관계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고 치부해 버리기 쉬운데 실은 그 안에도 하나님의 일하심이 있습니다. 8장 4절에 보면 150일만인 7월 17일에 방주가 아라랏산에 머물렀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 이야기 들어 봤어요. 그 산이 어디 있죠?”
“터키 동부에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거기에 있는 오래된 나무 조각을 보고 노아의 방주 조각이라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게 지금 우리의 기독교 신앙에 중요한 것도 아니고요”
“1년이 넘고 2월 27일이 되었을 때 땅이 말랐습니다. 하나님이 그 때 노아에게 방주에서 나오고 짐승들도 다 나오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9장 3절에 보면 이 때 이후로 하나님이 짐승이나 새나 물고기들을 열매나 채소같이 사람이 먹게 하셨습니다. 성경에 의하면 사람에게 육식이 허락된 것이 노아의 홍수 이후입니다”
주부들이라 그런지 이 부분을 흥미롭게 들은 것 같다.
“하나님이 노아에게 약속을 하셨습니다. 일종의 계약인데 성경에서 이런 걸 ‘언약’이라고 합니다. 하나님이 사람에게 거의 일방적으로 약속하시는 겁니다. 계약은 상대방이 서로 원하는 걸 주고 받고 합의해서 이뤄지지만 사람은 하나님께 뭘 요구해야 할지도 모르지요. 하나님이 사람을 위해 일방적으로 ‘내가 너희를 위해 이것을 행하겠다’ 약속하시는 겁니다. 그건 9장 11절에 다시는 홍수로 세상을 멸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입니다. 그 약속의 증표로 무지개를 주셨다고 했습니다. 세상에 무지개가 처음 나타난 것입니다.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무지개를 보며 안심하라는 것입니다”
“이게 성경에 나온 노아의 홍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끝나면 그냥 옛날 이야기가 되지요. 이게 지금의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건데요. 노아가 홍수에서 구원을 받게 된 방주는 영어로 ark입니다. 상자 모양이었거든요. 나중에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나왔을 때 하나님이 ark를 또 만들라고 하십니다. 그게 뭐냐면 십계명이 새겨진 돌판을 넣는 ‘법궤’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세상 죄악의 홍수로부터 이스라엘을 지켜준다는 의미입니다. 혹시 ‘레이더스’라는 영화 보셨어요?”
“예”
“아니요”
한 명은 보고 한 명은 보지 않았단다.
“거기에 ‘법궤’가 나옵니다.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걸 모티프로 해서 만든 모험오락영화입니다. 거기에 법궤의 모양이 나오거든요. 상자 안에 십계명을 넣고 뚜껑을 덮었는데 뚜껑에 천사 조각상이 쌍으로 있습니다”
나는 패드에 그림을 그렸다.
나중에 인터넷에 좋은 모형이나 그림들이 많은데 내가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 그림을 그렸을까 후회했다.
“천사의 날개가 뚜껑 가운데서 닿을 듯 만들어져 있는데, 하나님이 바로 이곳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만나고 그들의 죄를 사해주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베풀시 은혜은 장소소’자를 써서 ‘은혜가 베풀어지는 자리’라는 의미로 ‘시은소(施恩所)’라고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만났던 구원의 방주였지요. 하나님은 이후 모든 민족 모든 사람을 위한 방주를 준비하셨습니다. 그건 바로 예수님입니다. 이제 몸으로 어떤 공간에 들어가야 구원을 얻는 일은 없습니다. 이제는 은혜가 베풀어지는 자리가 아니라 이름입니다. 세상 어디에 있든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을 것이라고 약속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