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장소인 낮은울타리를 청소하고 간식을 준비한 후, 기도상에서 모이는 분들과 그 가족의 이름까지 부르며 위해서 기도를 하고 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
한 분이 들어오고, 그분을 위해 커피를 내리니 이어 또 한 분이 오셨다.
모임을 할 때 멀리서 운전해서 오시는 분이 늘 늦는다.
그분이 오실 때까지 다과를 하며 사는 이야기를 한다.
오늘은 주식 이야기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곡물 가격이 오를 것이니 사료 관련 주식이 오른다는 이야기, 코로나 거리두기가 4월 말쯤 많이 완화되면 사람들이 모임을 활발히 가지며 맥주를 마시고, 그동안 가지 못했던 노래방도 갈테니 관련주가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가 오갔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투자를 하고 있으니 뉴스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같은 뉴스를 봐도 완전 다른 적용이 되는 군요. 저는 뉴스를 보면 그게 다 기도제목이 되는데요. ‘하나님, 우리나라가 분열되지 않게 해주세요,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치게 해주세요. 부산에 일자리가 많이 생기게 해주세요.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거든요”
“그러니까 목사님이죠 ㅎㅎ”
늦게 오신 분이 빵을 사오셨다.
멀리서 오시는데 일부러 빵집까지 들러 오신 모양이다.
“목사님, 이제 간식은 저희들이 돌아가면서 준비하겠습니다. 이제 목사님은 준비하지 마세요”
“있는 것 내놓는 건데요. 또 성경공부할 때 간식하라고 어떤 분이 과자를 사주셨어요”
“조금 나이가 있으신 분인가봐요. 과자 종류를 보니…”
“예, 조금 있으십니다 ㅎㅎ. 그래도 커피를 마시며 먹기엔 딱이잖아요”
“맞아요”
“오늘은 아브라함의 복잡한 집안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 앞에 보면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자손에 대한 약속을 하시잖아요? ‘하늘의 별을 셀 수 있느냐? 네 자손이 별처럼 많게 될 것이다’, ‘제 자손이 이집트에 가서 고생할 것이다’ 그런데 별처럼 많은 건 고사하고 하나도 없어요. 자손이 이집트에 가서 고생한다니 마음이 아플텐데 마음이 아플 자식이 없는 거예요. 아브라함이 하나님으로부터 이런 말씀을 들으면 자기 아내에게도 이야기했겠지요. 그러나 자식이 없으니 이럴 때 누구 속이 더 탈까요?”
“아내지요”
“그렇겠죠. 우리나라도 옛날 여인이 아기를 낳지 못하면 마치 죄인 취급을 받았던 적이 있잖아요. 이 지방도 그런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의 아내가 남편에게 여종 중 하나를 첩으로 들이고 그 첩을 통해 자녀를 얻을 생각을 합니다. 그 아내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참 속상했을 것 같아요”
“아브라함의 아내가 이집트 출신 여종을 첩으로 하라고 합니다. 아브라함이 가나안에 들어왔을 때 기근이 들어 이집트로 간 적이 있지요? 기억나세요?”
“예”
“그 때 이집트 왕 파라오가 어찌어찌하다가 아브라함에게 재물을 줬다고 했는데 아마 그 때 노예들도 같이 줬을 겁니다. 그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아브라함 아내의 입장에서는 건강한 아들을 얻기 위해 종들 중에서는 젊고 건강하고 총명한 걸 고려해서 선택했겠지요. 그런데 남편 아브라함의 태도를 보십시오. 이스라엘이 자랑스러워 하는 믿음의 조상이라면 ‘여보, 많이 힘들지? 그래도 하나님이 약속하신 게 있으니까 기다려 보자’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아브라함이 어떻게 했나 보세요”
“아브람이 사래의 말을 들으니라”
“앞 문장과 사이에 쉼표도 없이 그냥 아내의 말을 들었어요”
“정말 쉼표도 없네요. 너무 하네요. 남자들이 이런 말은 너무 잘 듣네요. 하기야 거절할 이유가 없겠지요”
“그 때가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 들어온 지 10년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사실 나그네의 삶으로 10년은 너무도 긴 세월이지요. 그런데 자식을 준다는 약속만 있고 나이는 계속 들어가니, 사실 아브라함 부부도 너무 답답했을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이집트 출신 여종이었다가 첩이 된 하갈과 동침했습니다. 그런데 임신을 한 것입니다. 그러면 불임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까?”
“아브라함의 아내에게요”
“아브라함의 아내는 첩의 임신 소식을 듣고 먼저는 자책했을 것 같습니다. 자기가 문제였다고요. 얼마나 속상했을까요?”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임심 소식을 듣고도 마음껏 기뻐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아내를 더 속상하게 만드는 일이 생겼습니다. 임신한 여종 출신 첩이 사라를 멸시한 것입니다. 자기가 주인의 자식을 가졌으니 그런 마음을 먹게도 생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