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하갈에게 매몰찬 이야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하갈이 아들을 낳을 것인데 그 아들이 번성할 것이라고 약속하신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하나님의 사자가 ‘내가 번성하게 하리라’ 말씀하신 겁니다. 하나님이 하갈의 아들을 통해 큰 민족을 일으키시겠다는 겁니다. 민족의 흥망성쇠가 하나님의 주관하심 속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 민족이 바로 아랍 민족입니다. 중동 지방에서 엄청 번성한 민족이 되었지요. 둘째는 ‘네 씨’라고 했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엄마의 씨’라고 하지 않지요. ‘아브라함의 씨’라고 해야할 것 같은데, 천사가 ‘네 씨’ 곧 ‘하갈의 씨’라고 한 것입니다. 이걸 잘 기억해 두세요. 나중에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셋째는 하갈이 낳을 아들의 이름을 미리 지어 주신 것입니다. 이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이거든요. 그런데 ‘이스마엘’이란 이름을 미리 지어 주셨습니다. ‘이스마엘’이란 이름의 뜻은 ‘하나님이 들으신다’는 의미입니다. 이스마엘이 ‘아브라함의 씨’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그건 메시야로 이어지는 하나님의 구원계획의 혈통이 아니라는 것이지 하나님의 구원대상에서 제외된다거나 태어나서는 안될 자식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건 성경을 볼 때 엄청 중요한 시각입니다”
“설명을 잘 해주시는 것 같은데, 엄청 복잡하네요”
“13절에서 하갈이 하나님에 대한 신앙고백을 합니다. 하갈도 자기 주인 아브라함이 혼자 나가서 제단을 쌓고 제사 지내고, 돌아와서는 하나님이 이런저런 말씀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겠죠. 그런데 주인을 만나셨던 하나님이 이집트 출신이고 노예인 자기를 만나 주신 거죠. 하갈이 ‘내가 어떻게 여기서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을 뵈었는고?’라고 했죠? 이 말은 ‘아브라함이 말한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신 신이구나, 내가 감히 내 주인의 하나님을 만나다니’ 또는 ‘하나님이 노예인 나를 만나주시다니’ 이런 의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향해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이라고 고백합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경험한 사람들은 자기만의 고백이 생길 수밖에 없죠. 없다고 생각했던 분을 생생하게 경험했으니까요”
“하갈은 천사의 말대로 아브라함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후 구체적인 내용은 없지만 사라에게 가서 싹싹 빌었겠죠. 하갈이 주인인 사라에게 복종하는 태도를 보이니 사라도 마음이 너그러워졌을 겁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면 ‘열려라, 참깨’처럼 모든 게 그냥 해결되는 게 아니라 사람이 감당할 몫과 과정과 시간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인생을 그렇게 돌아가도록 만드셨거든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잘 됐네요”
“시간이 흘러 하갈이 출산을 했습니다. 천사의 말대로 아들을 낳았습니다. 여기서 또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이 아들의 이름을 뭐라고 했지요?”
“이스마엘요”
“예, 그걸 누가 들었나요?”
“하갈요”
“아브라함도 들었나요?”
“아뇨”
“그런데 창세기 16장 15절에 이스마엘이란 이름을 누가 붙여준다고 나옵니까?”
“아브라함이네요”
“이게 하나님이 일하시는 질서입니다”
“하갈이 ‘내가 천사로부터 들었으니 이스마엘이야’라고 해서 이름이 붙여질 수 없어요. 아무리 아들을 낳은 엄마지만 족장이 인정하고 족장이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 고대사회의 질서니까요. 하갈이 아브라함에게 자기가 천사를 만나고 돌아오게 된 자초지종을 말했겠지요. 아브라함은 그걸 수용했고, 족장이 그 아들의 이름을 ‘이스마엘’이라고 불러 줘서 그 아들의 이름이 ‘이스마엘’이 되었습니다”
“아, 또 그런 부분이 있네요”
“이 이야기를 들으니 어떠세요?”
“오늘은 좀 의외예요”
“예? 어떤 면에서요?”
“성경에 좋은 이야기만 나오는 줄 알았더니 엄청 복잡한 이야기도 나오는군요”
“하나님의 택함을 받은 아브라함 역시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너무도 평범한 사람이며, 그 가정도 너무 복잡하고 문제 많다는 걸 포장하지 않은 채 솔직히 말하고 있죠. 그래서 하나님의 은혜를 우리도 기대하게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