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제가 아브라함 링컨처럼 ‘아브라함’이란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어서 그냥 그렇게 불렀는데요, 사실 본명은 ‘아브람’이었어요. ‘아브라함’과 비슷하긴 한데, 의미가 달라요. ‘아브람’은 ‘존귀한 아버지’라는 의미거든요. 그런데 아브람이 75세에 가나안 땅에 들어온지 24년이나 지나서 하나님이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다’라고 소개하신 후에 아브람의 이름을 ‘아브라함’으로 바꾸라고 하세요. ‘아브라함’은 ‘열국의 아버지’라는 뜻이예요”
“열국요?”
“아… 자주 쓰는 표현이 아니죠. ‘열국(列國)’은 많은 나라, 많은 민족이란 뜻입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의 아내의 이름도 바꿔 주세요. 아브라함의 아내 이름은 원래 ‘사래’였습니다. ‘사래’는 ‘아브람’과 비슷하게 ‘존귀한 어머니’라는 뜻입니다. 그걸 ‘사라’로 바꾸라고 하셨습니다. ‘사라’도 ‘사래’와 거의 비슷한데, ‘사라’의 뜻은 ‘열국의 어머니’라는 뜻입니다. 사라도 많은 민족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는 의미지요”
“사라가 아들을 낳지 못했다면서요?”
“그게 문제였지요. 하나님은 전능한 하나님이고, 아브라함이 마치 엄마 품의 아기처럼 하나님 품에 있다면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사라에게 자식을 주셔야 마땅한데 전혀 기미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단순히 자식을 낳지 못하는 아브라함과 사라의 소원을 들어주는 차원이 아니라, 하나님이 세상을 구원하는 메시야를 보내시려는 큰 그림을 펼치시는 것이기에 성경에 기록된 겁니다. 하나님은 창세기 17장 2절과 6절에 반복해서 ‘내가 너를 크게 번성하게 하리라’고 말씀하십니다. 7절부터 10절에는 ‘너와 네 후손’이란 표현을 5번이나 반복합니다. 사라는 임신한 적도 없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식입니다”
“말을 하시는 건가요?”
“하나님이 아무 것도 없는 데서 세상을 무엇으로 창조하셨지요?”
“말씀으로요”
“하나님이 말씀하시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사람에게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계약서나 담보로 할 만한 것이 없으니 답답하고 막막하죠. 그런데 그 때 하나님이 사람에게 기대하시는 게 바로 ‘믿음’입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전능한 하나님인 내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기다려 봐라’ 하시는 거예요. 사람은 답답하니까 내심 담보를 원하지요. 그럼 신이신 하나님은 도대체 뭘 담보로 제공해야 할까요?”
“글쎄요? 궁금하네요”
“하나님 자신입니다. 하나님 자신이 가장 확실한데 다른 무엇을 담보로 내세우겠습니까? 그래서 하나님은 담보를 주신 게 아니라 약속을 주셨습니다. ‘내가 약속하면 내 존재를 걸고 내가 지킨다’ 이런 겁니다. 그걸 성경에서는 ‘언약’이라고 합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아브라함에게 속한 사람들과 이후 후손에게 언약의 증표로 ‘할례’를 요구하셨습니다. ‘할례’는 쉽게 말하면 포경수술인데요, 이건 이스라엘에게만 있는 게 아닙니다. 다른 민족들에게도 이런 전통이 있습니다. 심지어 아직도 여성 할례를 하는 부족도 있습니다”
“여성 할례요? 여성 할례는 어떻게 하는 거죠?”
“클리토리스를 베는 겁니다. 이건 남성 할례와는 성격이 조금 달라서 인권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지적 받고 있습니다. 다시 돌아가면 ‘할례’ 자체가 신성한 무언가가 아니라는 겁니다. 비슷하거나 똑같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에 따르는 것이라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지요. 똑같은 반지라고 하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것이기에 의미가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하나님이 드디어 16절에서 ‘네 아내 사라가 아들을 낳을 것이다’ 약속을 해주셨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아브라함 입장에서 이런 약속을 받으면 어떻겠습니까?”
“좋겠지요”
“여러분이 아브라함보다 믿음이 더 좋은데요”
“예?”
“아브라함은 그 말씀을 듣고 웃었다고 합니다. 이제 자기는 100살이 되고 사라는 90세가 되니까 절대 자식을 낳을 수 없는데 아들을 낳는다고 하니 너무 어이가 없어 속으로 웃은 겁니다. 대신 하나님께는 예의를 지켜 ‘이미 낳은 내 핏줄 이스마엘이나 잘 살게 해주십시오’라고 아뢰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이스마엘은 이스마엘대로 복을 주겠지만 내 언약은 사라가 낳을 아들과 맺을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사라가 낳을 아들의 이름까지 미리 ‘이삭’이라고 지어주셨습니다. 이전에 임신한 하갈에게 ‘이스마엘’이란 이름을 지어주신 적이 있지요. 그 때는 임신이라도 했지만 지금 사라는 나이가 많아 임신 가능성이 없는 상태인데도 하나님은 태어날 아들의 이름부터 지어주신 겁니다. 사람에게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지만 하나님 입장에서는 말씀하시면 이루어지니까 전혀 거리낌이 없으신 거죠”
“하나님은 여기까지 말씀하시고 올라가셨습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뭘 하라고 하셨지요?”
“할례요”
“아들 낳는다는 소리에 정신이 팔려서 할례를 잊어 먹으면 안되죠. 아브라함은 자기와 아내의 이름 바꾼 것 다 알리고, 자기부터 시작해서 이스마엘, 그리고 자기에게 소속된 모든 남자에게 할례를 행했습니다. 하나님이 하라시니까 그냥 한겁니다. 이게 믿음이고, 하나님은 이런 아브라함을 좋아하셨어요. 여러분도 자녀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이쁘잖아요? 하나님도 똑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