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간격이 그리 멀지 않아 하나님이 또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셨어요. 하나님이 나타나셨다는 건 사람이 인지할 수 있게 자신을 드러내 주셨다는 걸 말합니다. 평소에는 닿을 수 없는 먼 곳에 계셨다가 이 때만 오신 것은 아닙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이번엔 혼자 나타나신 게 아니라 천사 둘을 대동하고 나타나셨어요. 특이한 점은 평소에는 하나님이 딱 나타나시면 아브라함이 ‘아, 하나님이시구나’를 알아볼 수 있게 나타나셨는데, 이번에는 그냥 평범한 사람, 길을 가는 나그네의 모습으로 나타나신 거예요. 천사 둘도 마찬가지고요”
“아무도 신이나 천사로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건 아브라함도 마찬가지였고요. 창세기 18장 1절에 보면 그날은 뜨거운 날이라고 했습니다. 여행하는 나그네에겐 힘들고 고통스런 조건이죠. 아브라함은 평소처럼 자기 텐트에 앉아 있는데, 세 사람이 보인 겁니다. 아브라함은 전혀 하나님이나 천사인 줄 모르고 평소 나그네들을 대하는 태도로 대했습니다. 그들에게 가서 몸을 굽히고 자기 텐트로 가서 먹고 쉬다가 힘을 차리고 다시 갈 길을 가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아브라함이 역시 하나님 믿는 사람이라 다르구나. 이렇게 해야 복 받는구나’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이건 중동 지방의 풍습이고 예의였습니다. 우리가 워낙 헐리웃 영화로 아랍의 테러리스트를 많이 접하다 보니 다들 그런 줄 오해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을 보거나 접할 기회가 없으니. 주로 헐리웃 영화를 통해서 아랍 사람들 모습을 보잖아요”
“그쪽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하고 선량하고 가난해도 나그네 대접하는 걸 기쁨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세 사람이 아브라함의 청에 응했습니다. 아브라함은 급히 빵을 만들고, 좋은 송아지를 잡아 요리를 하도록 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융숭히 대접했습니다. 그들이 다 먹고 난 다음에 ‘앗, 이들이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할 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갑자기 그 중 높은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이 ‘네 아내 사라가 어디 있느냐? 내년에 네 아내 사라에게 아들이 있을 것이다’라고 한겁니다. 이 때 아브라함과 사라의 형편이 어땠는지 성경에 나와 있습니다. 11절을 읽어 주세요”
“아브라함과 사라는 나이가 많아 늙었고 사라에게는 여성의 생리가 끊어졌는지라”
“이러면 아들이든 딸이든 자식을 낳을 수 있습니까, 없습니까?”
“없지요”
“그런데 손님이니까 예의상 대접을 잘 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하니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어이도 없고, 불쾌하기도 하고 그럴 것 같은데요”
“성경에 보면 사라가 속으로 웃었다고 했습니다. 생리가 끊어졌으니 임신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런데 이 앞에서 하나님이 하나님을 알아 볼 수 있게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서 아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을 때 아브라함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기억하세요?”
“웃었어요”
“예, 하나님이 말씀하셔도 피식 웃음이 나오는데, 지나가던 나그네가 좋은 대접을 받았다고 축복을 하는 말로는 너무 어이가 없는거죠. 아들을 주신다는 하나님의 말씀에 부부가 둘 다 웃고 말았습니다”
“사라는 지금 장막 뒤에서 듣고 속으로 웃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사라가 왜 웃으며, 어떻게 아들을 낳으리요 라고 하느냐?”라고 사라의 속마음을 꿰뚫고 묻는 겁니다. 사라가 속을 들켰으니 약간 겁도 나고 예의도 아니니까 웃지 않았다고 딱 잡아뗐습니다. 하나님도 모른 체하지 않으시고 ‘아니다, 너 웃었다’ 뒤끝작열 멘트를 남기셨습니다”
“하나님도 뒤끝 있으시네요?”
“그럼요. 하나님은 심판하시는 하나님이시니 다 헤아리고 계시지요. ‘제가 그랬습니다. 용서해 주세요’라고 하면 용서해 주시지만 ‘내가 언제 그랬습니까?’라고 우기면 안되지요”
“하나님이 ‘여호와께 능하지 못한 일이 있겠느냐?’라고 하셨습니다. 이 때 아브라함과 사라가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 눈치를 챘을 겁니다. 엄마 품에만 있으면 아기에게는 모든 것이 공급된다는 거죠. 그걸 이제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사라에게 하시겠다는 겁니다. 육신이 늙어 인간적으로 임신이나 출산을 할 수 없는 아브라함과 사라에게 일부러 한 번 더 나타나셔서 믿음을 가지도록 말씀해 주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