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을 방문하셨던 하나님이 떠나시면서 완전 다른, 하지만 묘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창세기 18장 17절을 읽어 주시겠어요?”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내가 하려는 것을 아브라함에게 숨기겠느냐”
“하나님은 지금 큰 일을 행하시려고 하는데 그걸 아브라함에게 공개하신다는 겁니다. 그게 뭐냐면 바로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는 일이었습니다.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 들어보셨죠?”
“예, 멸망한 도시”
“하나님은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부르짖음이 크고 그 죄악이 심히 무겁다’고 하셨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소리가 있지만 우리가 듣지 못하는 소리도 많습니다. 지구가 자전하고 공전하는 속도를 볼 때 어마어마한 굉음이 나야 정상인데 인간은 전혀 그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가인이 동생 아벨을 죽였을 때 아벨의 피에 적셔진 땅이 하나님께 호소한다고 했습니다. 인간은 듣지 못하는 소리지만 하나님에겐 억울함을 호소하는 비명처럼 들립니다. 소돔과 고모라에서도 그런 일들이 많이 자행되었던 모양입니다. 하나님이 도저히 그냥 둘 수 없을 정도로 말이지요. 아마 아브라함도 소돔과 고모라에서 일어나는 악행에 대해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이런 이야기를 하고 계실 때 두 천사는 이미 소돔과 고모라를 향해 떠났습니다. 하나님의 이야기를 듣고, 두 천사가 이미 떠난 것을 본 아브라함의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왜일까요?”
“조카가 소돔에 살아서요”
“맞습니다. 아브라함의 조카 롯이 처음에는 그냥 요단강변 비옥한 토지에 살다가 점점 옮기더니 결국 소돔성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소돔을 멸망시키시면 조카 롯과 그 가족들도 같이 죽게 되잖아요. 롯이 삼촌인 아브라함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벌을 받아 마땅한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멸망을 당할 정도는 아니니까요”
“그 다음엔 아브라함과 하나님의 아주 묘한 대화가 오갑니다. 말장난처럼 보이기도 하고 밀당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브라함이 먼저 말을 꺼냅니다. ‘하나님은 악인을 심판하시지만 의인도 함께 멸하시면 정의롭지 않은 것 아닙니까?’라며 약간 도발적인 발언을 합니다. 실은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주의 정의를 거들먹거린 조마조마한 순간입니다만 하나님은 그걸 받아주십니다. ‘소돔에 의인 50명이 있으면 소돔을 용서하겠다’라고 먼저 제안하신 겁니다. 아브라함으로서는 너무 감사한데, 잠깐 생각해 보니 50명까지 자신이 없습니다. 하나님께 5명 모자라면 어떻게 하시겠냐고 묻습니다. 하나님은 의인 45명이 있으면 멸망시키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이 자기가 말한 45명도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40명, 30명, 20명, 10명까지 내려갑니다. 여러분이 하나님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불쾌할 것 같은데요. ‘너 지금 나하고 장난치냐?’라고 하겠지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걸 다 받아주셨습니다. ‘소돔에 의인 10명이 있으면 멸망시키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해 주셨습니다”
“하나님이 참을성이 많으신 것 같아요”
“그렇죠.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이미 다 멸망했을 것입니다. 그 때 아브라함은 소돔에 의인이 20명은 안되더라도 10명은 넘지 않겠나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10명이 없어서 소돔은 멸망했습니다”
“여러분, 여기서 중요한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도시가 망할 때는 악인이 많아서 망하는 게 아니라 의인이 없어서 망하는 겁니다. 악인이 많고 악을 행하더라도 거기에 물들지 않고 그걸 안타까워 하면서 하나님께 호소하는 의인이 있으면 도시는 유지됩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부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부산을 위해 기도합니다. 부산을 축복합니다. 부산이 살만한 도시, 살고 싶은 도시가 되게 해달라고 합니다. 일자리가 있어 젊은이들이 떠나지 않고, 생기 있는 도시 행복한 도시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구약 성경 잠언 11장 11절에 ‘성읍은 정직한 자의 축복으로 진흥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정직한 자’는 천지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는 자를 말합니다. 하나님이 살아계신 것을 알고 어떤 분인지 안다면 자기가 사는 도시를 위해 기도가 절로 나옵니다”
“목사님이 부산을 위해 기도하시니까 저희는 안심해도 되는 건가요?”
“그럼요, 안심하십시오. 사실 숫자가 조금 더 많으면 좋은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