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17일 교회 절기로는 부활절이라고 하는 날, 낮은울타리교회는 첫 주일 예배를 드렸다.
사실 주보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일이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첫 예배의 기념이라는 차원도 있고,
매주의 기록이라는 차원도 있고,
낮은울타리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에게는 하나의 설명이 될 수 있고,
다른 교회의 예배당을 빌려 시작하는 예배에 대해 혹시라도 의혹을 방지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고,
아직 성경과 찬송이 없고 예배순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위한 안내가 필요할 것 같았다.
나는 ‘한글’이란 프로그램으로 겨우 문서작성이나 하는 사람이다.
도시선교를 하며 비신자를 지향하는 교회의 주보에 어떤 내용을 넣을지 어떻게 디자인을 해야할지 정말 막막했다.
A4지를 접을 생각하고, 표지 앞면에는 추상적 디자인보다 낮은울타리의 느낌을 풍길 수 있는 목가적 사진이 좋을 것 같았다.
현재 낮은울타리 홈페이지 전면에 게시된 김반석 선교사님이 카자흐스탄 들판의 양들을 찍은 사진을 그대로 사용했다.
물론 김 선교사님에게도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낮은울타리 주제 말씀을 두었다.
홈페이지 대문 형식을 그대로 지면으로 옮긴 것이다.
표지 뒷면에는 낮은울타리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교회에 대한 설명을 넣었다.
낮은울타리지기인 나에 대해서,
낮은울타리교회가 속한 교단에 대해서,
지향하는 바와 현재 모임에 대해서,
그리고,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안내했다.
내지는 왼쪽에는 예배순서, 오른쪽에는 부를 찬송의 악보를 넣었다.
장로교 예배지만 사도신경을 넣을 수 없었다.
비신자들이 사도신경에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아직 사도신경의 내용을 고백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지 않는데…”라고 할까봐.
‘교독문’이란 어려운 표현대신 ‘시편 읽기’라고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같이 읽었다.
기도는 세 번 넣었다.
처음 ‘예배를 위한 기도’는 예배를 시작하니 하나님께서 예배를 받으시길 구하는 짧은 기도이고,
‘공동체를 위한 기도’는 우리 나라와 부산과 지역 사회를 위한 기도이고,
설교 후 ‘삶을 위한 기도’는 설교시간에 들은 내용 대로 살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구하는 기도이다.
글자체는 목가적 느낌과 함께 약간 투박한 느낌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휴먼옛체’를 주로 썼다.
디자인은 엉망이지만 칼라 프린트가 살려줬다.
벌써 다음 주 주보를 어떻게 만들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