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신자 여성들과 성경공부 – 아브라함과 아비멜렉(1)

낮은울타리엔 친구 목사가 선물해 준 좋은 커피머신이 있다.
좋은 원두도 계속 공급되고 있다.
그래서 일단 모이면 커피부터 내리고 마시면서 그동안 각자 어떻게 지냈는지 아주 자유롭게 이야기를 한다.
어떤 때엔 신변잡기 이야기하느라 1시간을 보낸 적도 있다.

예전 신자들과의 성경공부는 신변 이야기를 해도 어느 정도 선이 있었던 것 같다.
한 마디로 목사 앞에서 아이스 브레이킹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한다는 게 있다.
내용이나 시간이 고만고만하니 거의 예상된 시간에 진도를 나간다.

그러나 비신자 여성들과의 이야기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변화무쌍한 주제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게다가 단순한 신변잡기가 아니다.
부동산이나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투자를 조금 하고 있어요” 정도가 아니다.
어느 종목에 투자를 했고, 폰으로 얼마나 올랐는지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에는 얼굴과 피부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병원, 실비보험 가능여부, 시술방법, 시술부위 등등.
40대 후반으로 가는 나이라 그런지 관심과 내용이 상당했다.
나도 웬만한 대화에는 빠지지 않는 편인데 이분들과의 대화에서는 주로 들을 때가 많다.
어쩌다 “아, 그래요?” 정도 추임새를 넣을 뿐이다.
근처 관리를 해줄 수 있는 병원을 소개 받고 공부를 시작했다.

“오늘은 창세기 20장부터 할 겁니다. 1절에 보면 아브라함이 네게브 땅으로 가서 그랄이란 곳에 거주했다고 합니다. ‘네게브’라는 히브리어는 ‘남쪽’이라는 뜻입니다. 아브라함이 주로 살던 헤브론 산지에서 남쪽 이집트 방향으로 이동했습니다. 평소는 남쪽에서 머물던 브엘세바로 가야 하는데, 이번에는 브엘세바에서 동쪽 지중해에 이르는 길 중간에 있는 ‘그랄’이란 곳으로 갔습니다”
지도에서 헤브론과 브엘세바와 그랄을 가리켰다.
내가 그동안 아브라함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지도에서 몇 번이나 아브라함의 이동 노선을 강조했기에 같이 공부하는 분들도 아브라함이 평소와는 다른 곳으로 벗어난 사실을 인지했다.

“유목민들은 목초와 가축들의 이동에 따라 늘 다니던 길로 다닙니다. 성경에 기록에 의하면 평소 노선대로 움직이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간 겁니다. 아브라함이 왜 그곳으로 갔는지 구체적인 이유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사실 아브라함이 그랄 땅에서 겪은 일은 아브라함에게는 흑역사 하지만 성경에 왜 아브라함이 그랄 땅에 간 사실을 기록했는지, 그것도 20장에 기록했는지 나중에 알게 됩니다”
“아브라함은 기독교인들이 존경하는 사람인데 성경에 안좋은 이야기는 기록하지 않는 게 좋은 것 아닌가요?”
“사실은 그렇죠. 그러나 그런 이야기도 기록한 것은 성경이 아브라함의 위인전이 아니라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그들을 하나님이 어떻게 사랑하시는지, 그리고 그들과 똑같이 지금 우리도 사랑하신다는 걸 나타내기 위한 책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