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과 어버이날이 겹친 주일이다.
시작부터가 불길하다.
5월 5일 목요일 어린이날부터 5월 8일 주일 어버이날까지 이어진 연휴로 해운대 주변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했다.
주중 성경공부 모임도 취소되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토요일밤에 약한 몸살이 났다.
진통제를 먹고 일찍 잠이 들었다.
몸살 탓인지 분위기 탓인지 주일 오전에 주보와 설교원고를 인쇄하러 낮은울타리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게다가 우리집 딸 둘이 사정이 생겨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주보를 몇 부 인쇄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해야 할 일을 하기 전에 기도상에 무릎부터 꿇었다.
“이건 내 일이 아닙니다. 하나님 일이니 하나님께 맡깁니다”
그제야 마음이 편해졌다.
평소와는 달리 나 혼자 먼저 예배당에 가서 세팅을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길게 느껴졌다.
‘이건 내 일이 아니다. 하나님 일이다’를 되뇌었다.
예배시간이 가까와지자 한 가정씩 들어왔다.
오늘 예배 참석인원은 나까지 10명이었다.
참석인원이 적을 것이 뻔한데 주보 인쇄를 많이 하면 비싼 프린트 컬러잉크만 낭비하는 것 같아 10부만 할까 생각했었는데 그러지 않길 잘했다.
하나님 일은 하나님이 알아서 하신다.
내가 마음 써봐야 되는 일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나는 오늘도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봤다.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