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신자 여성들과 성경공부 – 이삭의 결혼(2)

“아브라함의 종이 낙타 10마리에 신부에게 줄 예물을 싣고 다른 종들과 먼 길을 떠나 아브라함의 고향땅에 도착했습니다. 종은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처녀들을 만나더라도 적당한 신부감이 누구인지 분별할 수 없는 상황이죠. 종은 하나님께 기도를 했습니다. ‘이런저런 상황이 되면 신부감인 줄 알겠습니다’라고 조건을 단 거죠. 사실 이런 기도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기에 좋은 기도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나님과 거래를 하는 것도 아니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이 종은 주인 아브라함이 자기를 전적으로 믿고 맡긴 일에 두려움과 떨림을 갖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의탁한 겁니다. 자기가 미련해서 분별할 수 없으니 그런 걸 통해서라도 이삭의 신부감을 제대로 발견하게 해달라는 거죠. 자기를 위해서는 이런 기도를 할 수 있는데, 타인을 위해서는 이런 기도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이런 종을 둔 아브라함이 행복한 거죠”

“그런데 아브라함의 종이 주인의 며느리감으로 하나님께 내건 조건이 아주 까다롭습니다. 저녁에 물 길으러 나오는 처자들이 있으면 그 중 한 처자에게 ‘낭자, 내게 마실 물 좀 주시오’라고 할텐데, 그 처자가 자기에게 물을 줄 뿐더러 먼저 ‘낙타에게도 마실 물을 주겠습니다’라고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그냥 친절한 처녀 정도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옛날 동네 넓직한 곳에 우물이 있어 두레박만 내려 물을 길어 올리면 됩니다. 하지만 이 지역은 물이 귀한 곳이라 우물은 보통 땅 높이보다 몇 미터 아래에 있습니다. 영화나 그림에서 본 것처럼 어깨에 항아리를 메고 온 여인들이 그 아래까지 내려가서 물을 긷고 다시 올라오는 겁니다. 자기 집에 필요한 물 긷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낙타가 얼마나 물을 마시는지 아세요?”
“많이 먹겠죠. 10리터쯤?”
“그 열 배인 100리터쯤 마신다고 합니다”
“예? 정말요? 그렇게 많이요?”
“예, 100리터라고 하면 감이 잘 오지 않으니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대충 계산을 해 보겠습니다. 100리터면 2리터 생수병으로 50개지요. 6개씩 묶어서 판매하는 세트로 17개를 옮겨야 한 마리를 먹일 수 있습니다. 그럼 10마리를 먹이려면 몇 개를 옮겨야 하죠?”
“170세트네요”
“양 손에 하나씩 들어야 85회 왕복하고 끝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수 6개 들어 보셨어요? 저도 힘들고 손이 아파 얼마 못가서 손을 바꿔야 합니다. 게다가 동행한 다른 종들도 물을 마셔야 하잖아요. 그러면 5리터 들이 물동이라고 하면 몇 미터 오르락내리락을 200번 이상 해야 하는 겁니다”
“보통 일이 아니네요”

“시간도 시간이지만 그걸 감당할 수 있는 몸이 있어야 합니다. 무게를 견디는 허리,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할 수 있는 허벅지, 물동이를 계속 붙잡을 수 있는 팔뚝이 있어야 하죠. 그럼 몸매가 어땠을까요?”
“그러면 리브가는 날씬한 여자는 아니었네요?”
“적어도 여리여리한 몸매는 아니었을 겁니다. 여린 몸매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활동량이니까요. 지금 우리와 미의 기준이 많이 다른 것도 있고요”

“저는 여기서 종의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종이 왜 그런 조건의 여인을 구했을까 생각해 보는 거죠. 주인 아브라함이 자식을 얻지 못해 오래 고생했습니다. 그러니 며느리는 와서 금방 자손을 출산하는 건강한 여인이면 좋겠다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또 유목을 하며 자주 옮겨다녀야 하니 체력도 강하면 좋겠다 생각했겠지요. 신랑감인 이삭도 그렇게 원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지혜로운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큰 살림과 종들을 다 챙겨야 하는 안주인으로서 친절하고 넉넉한 마음이 중요했겠지만요”

“그런데 성경의 다른 곳에서나 우리의 일상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극적인 장면이 벌어집니다. 이 종의 기도가 끝나기도 전에 장차 이삭의 아내가 되는 리브가가 온 겁니다. 종이 혹시나 싶어 말을 건넸는데, 정확하게 원하는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18절과 20절 사이에 리브가가 어떻게 이 일을 했는지 나오는데 찾아 보시겠어요?”
“급히?”
“맞습니다. 게다가 리브가가 ‘급히’ 움직였다는 이야기가 두 번 반복됩니다. 종은 낙타가 마시기를 다할 때까지, 그러니까 리브가가 최소 1000리터의 물을 옮기기까지 가만히 보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친절하지, 착하지, 움직임 빠르지, 힘도 세지. 딱 원하는 스타일을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