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울타리 2022년 6월

지난 6월 인상적인 만남이 몇 건 있었다.
첫째는 창원지법 소년사건 담당 류기인 부장판사님을 만난 일이다.
경상남도에서 1년에 일어나는 소년사건이 1700건에 달한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는데, 그걸 혼자서 한 달에 약 150건씩 처리한다는 이야기에 더 놀랐다.
감사한 것은 류 판사님이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역시 책임자가 목사인 부산 소재 청소년 보호시설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데 나와 같이 방문하면 좋겠다고 제안해 주신 것이다.
어제 7월 초 방문일정을 확인했다.

창원지법에서 류기인 부장판사님과 [사진 강신욱]

둘째는 고등학교 3년간 같은 반이었고, 대학도 같은 과를 나온 친구를 역시 창원지법에서 만난 것이다.
친구는 법원공무원으로 근무하는데, 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노조위원장을 10년째 하고 있는데 류기인 판사님으로부터도 좋은 평판을 들었다.
실은 그동안 간혹 만났어도 다른 대학 동기들과 여럿이 만났기에 친구의 구체적인 삶에 대해 이야기할 여유가 없었다.
이번에 그동안의 이야기를 듣는데 몇 번이나 입이 벌어졌다.
“기우야, 너니까 그렇게 살 수 있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친구도 “그래, 나니까 견딘 것 같다”라고 했다.
나도 부산 내려와서 겪은 어려운 일을 말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안타까운 건 청년 때 나의 초대로 교회에 출석했었고, 결혼 후에도 신앙생활을 했었는데 이사하고 어려운 일을 겪으며 현재 신앙생활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하나님에 대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30년 만에 개인적 이야기를 나눈 고등학교 친구 권기우

셋째는 우연히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의 부친상 소식을 듣고 빈소를 찾아 만난 것이다.
실은 당시 그리 친하지 않은 친구라 이름과 얼굴이 가물가물했다.
그래도 큰 슬픔을 겪는 친구를 위로하고 싶어 갔더니,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고 처음엔 어색해 하다가 나중엔 “목사한다는 소식 들었다”며 고맙다고 했다.

넷째는 대학 친구의 부친상으로 빈소를 찾았는데, 그 어머님이 “신욱씨, 고마와요”라며 몇 번이나 인사를 했다.
실은 친구네가 심한 유교집안이라 딸이 목사인 나를 만나는 걸 조금 불편해하시는 줄 알았다.
장례도 나이 지긋한 남자분들에 둘러싸여 완전 유교식으로 진행됐다.
나는 첫날에도 가고, 오늘 발인에도 갔다.
생각지도 않게 갑자기 차출돼 운구를 하기도 했다.
오전에 다른 약속이 있어 화장장에서 먼저 나오기 전에 어머님께 인사를 드렸더니 “바쁜 거 아는데 또 와줘서 너무 고마와요”라고 하셨다.

그 외에도 2명의 선교사와 가족, 6명의 교역자, 6명과의 만남을 가졌다.
성경공부는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근래 서로가 너무 바빠 시간을 맞추지 못한 비신자 여성 그룹은 다 모일 수 없을 것 같으니 시간 여유가 되는 사람만으로 모임을 갖자고 의논했다.

영상강론 4개를 합쳐 61개의 글을 올렸다.
예전엔 40개 전후였는데, 요즘 글을 너무 많이 올리는 것 같다.
그래서 피곤한 모양이다.

그래도 2022년 절반이 지나갔다.
돌아보면 어떻게 지나갔는지 얼떨떨하다.
은혜가 아니었으면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