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를 함께 공부하는 부부는 기존 신자이다.
비신자들과의 큰 차이점은 낮은울타리에 들어왔을 때 공부방으로 직진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필기를 위해 성경본문을 인쇄한 A4지를 꺼낸다.
그런데 아뿔싸 오늘 공부할 본문인 전도서 7장이 아니라 요즘 주일 설교 본문인 요한복음을 가져온 것이다.
내가 얼른 전도서 7장을 A4지로 만들어 드렸다.
먼저 1절부터 10절까지 한 절씩 읽었다.
“먼저 1절부터 5절까지 대조되는 단어들을 찾아보시겠어요?”
“좋은 이름과 좋은 기름, 죽는 날과 출생하는 날, 초상집과 잔칫집, 슬픔과 웃음, 초상집과 혼인집, 책망과 노래요”
시간은 좀 걸렸지만 잘 찾았다.
“잘 찾으셨습니다. 모두 우리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것들이죠. 1절에 나오는 좋은 이름은 명예를 말하고, 좋은 기름은 재물을 말합니다. 각각 대조되고 있는 것 중 보통 사람들은 어느 쪽을 원할까요?”
“재물, 출생, 잔칫집, 웃음, 노래 같은 걸 원하죠”
“맞습니다. 그런데 전도서는 평소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합니다. 만약 피하고 싶은 마음을 참고 전도서가 더 낫다고 하는 걸 선택하면 좋은 일이 생길까요? 특별한 보상이 있을까요?”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역시 인생을 사신 분들이라 현명하십니다. 솔로몬은 3절에서 그것이 마음에 유익하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나 실제의 삶에서는 오히려 억울하거나 절망할 때가 더 많을 겁니다. 왜 마음에 유익하다고 말한 것일까요?”
“글쎄요?”
“이 세상에서의 억울함과 절망에서 초자연적인 구원자를 향한 갈망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살만하고 좋으면 구원자를 갈망할까요?”
“그렇지 않죠”
“그래서 이 땅에서의 절망이 마음에는 유익하다는 겁니다”
“6절부터 9절까지에서는 지양해야 할 것과 지향해야 할 것을 말합니다. 찾아보시겠어요? 먼저 지양해야 할 것을을 찾아보시지요”
“우매한 자들의 웃음, 뇌물, 탐욕, 교만한 마음, 급한 마음, 분노”
“잘 찾으셨습니다”
“지향해야 할 것은요?”
“끝과 참는 마음요”
“끝을 보려면 참아야 합니다. 참아야 기다릴 수 있습니다. 이건 인생에도 중요한 교훈이지만 기독교의 종말신앙과 맞닿아있습니다”
“10절은 요즘에 자주 나오는 내용입니다. ‘옛날이 오늘보다 나은 것이 어찜이냐’는 말은 ‘왕년에’나 ‘나 때는’식으로 말하는 겁니다. 저도 어느 덧 기성세대가 되고 후배가 더 많아지게 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옛날에 나는 이렇게 했다’라고 말하게 됩니다. 젊은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투인데 말이지요. 그럴 땐 ‘아차, 또 실수했구나’ 생각합니다. 과거와 지금은 다른 시대입니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하고 있다는 건 보여주지 못하면서 과거에 어떻게 했다는 것만 말하는 건 지혜가 아니라는 겁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죠. 과거에 진리라고 믿었던 지식들이 현재엔 오류가 드러나기도 하니까요. 변치 않는 진리는 오직 하나님밖에 없습니다. 인생 선배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권면은 변치 않는 진리인 하나님을 소개하는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