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울타리 아파트 동 바로 옆에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아침에 낮은울타리 통로로 들어오려는데, 놀이터에 엄마와 두 자녀가 보였다.
그런데 엄마가 발돋움을 하며 그네를 내리려 하고 있었다.
누군가 그네를 돌돌말아 타지 못하게 올려 놓은 것이다.
잠깐 옆에서 봤는데 엄마가 그네를 세게 밀듯이 위로 한 바퀴씩 돌려 풀려고 했다.
그러나 묵직한 그네는 지지대 높이 정도로만 올라갔다가 무심하게 다시 내려왔다.
마치 시지프스 신화처럼.
안그래도 걸어와서 더운데 아침부터 땀 빼기 싫어 그냥 갈까 하다가 ‘그래, 아침부터 착한 일 하나 하자’ 결심하고 놀이터로 내려갔다.
“좀 도와드릴까요?”라며 다가갔는데, 아뿔싸!!
엄마의 키가 나와 비슷했다.
엄마도 한 눈에 알아 보고 “괜찮습니다”라며 계속 시지프스의 수고를 했다.
오지랖 넓게 내가 가서 그네를 잡고 세워서 고정대 위로 천천히 넘겼다.
너무 쉽게 한 바퀴를 풀었다.
그렇게 몇 번 해서 완전히 풀었다.
“혹시 위험해서 타지 못하게 한 건 아닐까요?”라고 물으며 주변을 봤더니 아무런 경고나 안내가 없었다.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하나면 되나요? 옆의 것도 풀어 드릴까요?”
“아니요, 감사합니다”
동생으로 보이는 아들이 신이 나서 그네를 탔다.
나는 기분 좋게 돌아서 가다가 혹시나 해서 놀이터를 돌아봤다.
엄마가 옆의 그네도 풀고 있었다.
이번엔 시지프스 방식이 아닌 내가 했던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