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세월

대학 후배 부친상 소식을 듣고 대학 동기와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거기서 한 해 선배도 만났고, 한 해 후배도 만났다.
대학 졸업 후에는 처음 만난 것 같다.
선배는 자주 만났으니 몸이 많이 불었지만 금방 알아봤다.
그러나 후배는 이름도 얼굴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후배 이름을 속으로 수십 번 되뇌이고 나서야 겨우 이름만 떠올렸다.
하지만 얼굴은 전혀 떠올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후배가 화장을 하지 않았다며 마스크를 벗지 않는 바람에 얼굴은 여전히 미궁에 빠졌다.
얼굴은 몰라도 각자의 기억이 있어 오랜만에 캠퍼스 이야기 꽃을 피웠다.
마치 3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추억이란…

그 때 상주가 전혀 안면이 없는 두 사람을 우리 테이블로 안내했다.
고등학교 후배라고 소개했다.
한 명은 10년 후배, 다른 한 명은 20년 후배였다.
악수를 하고 앉아서 멀리 앉아 있는 40대 초반인 후배와 30대 초반인 후배를 봤다.
뿜어져 나오는 젊음이 느껴졌다.
내가 10년 전이나 20년 전에는 저런 분위기였을까?
50대에게 이런 느낌을 줬을까?
기분이 묘했다.
세월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