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통화를 하며 집에 엘리베이터 앞에 섰더니 종이쓰레기 세 무더기를 엘리베이터 입구를 가리고 있었다.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분리수거를 하는 중이었다.
통화가 끝나는 동안 아주머니는 한 무더기를 옮기고는 엘리베이터 입구를 막고 있는 두 무더기를 마저 치우러 급히 왔다.
“도와드릴까요?”하며 내가 한 무더기를 들었다.
“감사합니다. 요 앞까지만 옮겨 주세요”라며 통로 앞을 가리켰다.
“괜찮습니다. 분리수거하는 곳까지 가시지요”
“아이고, 너무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요. 이런 일은 당연히 도와야죠”
분리수거 하는 곳에 버리고 돌아서서 오는데 엘리베이터가 1층에 있었다.
얼른 뛰어 엘리베이터를 잡았는데, 그 아주머니가 오는 게 보였다.
아주머니도 엘리베이터를 보고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천천히 오세요”
아주머니는 타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아주머니는 우리집 바로 아래층을 눌렀다.
“우리 위에 사시네요”
“그러네요. 혹시 저희집이 쿵쿵거리지는 않습니까?”
“전혀요”
엘리베이터 안에 좋은 분위기가 흘렀다.
그 사이 엘리베이터가 아랫집에 도착했다.
글을 쓰면서 아주머니 얼굴을 떠올려 보려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는 분명 안면인식장애가 있는가 보다.
목사로서는 참 치명적지만 나의 약한 부분이다.
어떤 사람은 한 번 본 사람을 기가 막히게 기억하기도 한다는데 나는 성도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해 힘들었던 적이 많다.
목회 하면서 성도의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 요람 사진을 보며 무척이나 애를 썼다.
그래도 실수한 적이 있다.
나이가 들어 점점 기억력이 약해지는데 사실 염려가 된다.
다음에 엘리베이터에서 그분이 아는 척을 한다면 내가 기억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