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부산으로 이사와서 처음 만난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참 좋은 분이었다.
늘 미소 띤 얼굴과 밝은 음성으로 한결같이 대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한 번은 진상 주민이 부당한 요구를 하는 걸 봤다.
내가 가서 “어휴, 저런 사람들 때문에 너무 힘드시겠습니다”라고 했더니, 금세 얼굴을 풀고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할 일인데요”라고 했다.
그후로 내가 먹으려고 마트에서 산 음료나 간식을 들고 가다가 그분을 뵈면 그냥 드리기도 했다.
작년 말 경비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그만 두시나 했더니 다행히 더 계시게 되었는데 구역이 다른 다른 동으로 옮기셨다.
그후론 몇 달에 한 번 마주칠까말까하게 됐다.
어제 추석을 앞두고 작은 선물을 갖고 그쪽 경비실을 일부러 찾아갔다.
주민 한 분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니 나를 알아보고 “여긴 어떤 일로 오셨어요?”라며 맞아주셨다.
“추석이라 작은 것 준비했습니다. 명절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리로 옮겼는데 저까지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명절 잘 보내십시오”
옆에서 보던 주민이 “이야, 이전 동주민이 선물을 갖고 오시다니. 정말 우리 아파트에서 인기가 많으신 경비 아저씨에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