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낮은울타리예배

하루 전날인 15일 토요일 밤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페이스북 메시지가 왔다.
어머니가 낮은울타리예배에 참석하길 원하니 장소와 시간을 가르쳐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계정 이름이 보통 성명이 아니라 평범하지 않은 별명이었다.
계정으로 들어가 보니 프로필 사진도 없고 게시물도 전혀 없었다.
이런 경우 나중에 밤에 외롭다느니, 돈을 빌려달라는 등의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있어 예전에 내가 차단을 했던 모양이다.
메시지에 답을 하려면 차단을 풀어야 한다는 안내문구가 떴다.

메시지가 예의를 갖추고 있었고, 설교 동영상을 보고 예배에 참석하고 싶다는 내용이라 차단을 해제하고 답문을 보냈다.
다른 교회 예배당을 빌려 예배하는 상황이라 독특한 안내가 필요하니 참석자의 성명과 연락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답문이 왔고 번호를 저장했다.

오늘 3시 30분쯤 예배장소에 도착했다.
보통 그 시간에 사람이 없는데 한 여성이 예배장소 근처에 있었다.
혹시나 했지만 여성분이 예상보다 젊게 보이기도 했고, 어제 예배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니 3시 45분 후에 연락을 달라고 했기 때문에 아니라고 생각했다.
예배당 문을 열려고 차에서 내리니 나를 알아보고 다가오며 “목사님”이라고 불렀다.
영상을 보셨다고 했으니 내 얼굴을 알아본 것이다.

“아, 오늘 오시기로 한 분이시군요. 아드님이 어머님이라고 해서 좀 연세가 있으신 분인 줄 알았습니다”
“아들이 대학 1학년입니다”
“그렇군요. 계정 이름이 독특해서 20대라고 생각은 했습니다만 딱 스무 살일 줄은 몰랐네요. 잘 오셨습니다”

그분은 처음 오시면서 예배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탁자를 옮기고, 헌금 바구니를 놓고, 주보를 펼쳐 놓고, 휴대용 스피커를 설치하고 마이크를 점검하는 모든 장면을.
준비를 마치고 어떻게 오시게 됐는지 묻고, 낮은울타리예배의 특징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이내 시간이 되어 예배를 드렸다.
찬송으로 선곡한 노래가 분위기가 필요한 곡이라 반주기 앱의 음정과 템포를 잘 맞춰 놓았는데 스피커에 블루투스로 연결하니 템포가 빨라져 원하던 분위기로 찬송을 부르지 못해 아쉬웠다.
요한복음 4장 5절부터 9절까지의 말씀으로 우리는 차별없는 복음 덕분에 구원을 얻었지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차별하는 복음아닌 복음을 전하고 있음을 경계하고 다시 차별없는 복음으로 돌아가야 함을 전했다.

예배 후 처음 오신 분을 다른 분께 소개했다.
어디 사시는지, 어떻게 오셨는지 서로 이야기하다가 지하철역이 있는 곳까지 승용차로 같이 이동하시기로 했다.
차 안에서 그분들만의 교제가 있었으리라 기대한다.

오늘 예배는 6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