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섬 요트관광을 마치고 선착장에 내렸다.
다음에 배를 탈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줄을 선 사람들을 지나치다가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어!”
나흘 전 나이는 같지만 신대원 2년 후배인 표현종 목사님이 부산에 내려올 일이 있는데 오후에 잠시 만날 시간이 되냐고 물어왔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부산노회 교역자모임으로 오후에 짬을 낼 수 없었다.
그래서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자고 했었다.
그런데 줄 서 있는 사람들 중에 표 목사님이 있는 것이다.
그 동기 모임으로 부산을 찾은 것이었다.
표 목사님은 작년부터 암 투병 중이다.
힘든 항암치료를 견디며 꾸준히 목회를 하고 있다.
그 와중에 서울을 방문하면 연락을 달라며 대접하기를 애쓰는 분이다.
참 귀하고 대단하다.
아쉬울 뻔했는데 이렇게라도 만나 감사하다.
얼른 대열에 끼어 인증샷을 찍었다.
자리를 미포 블루라인파크로 옮겼다.
다른 목사님과 정거장을 향해 걷고 있는데, 난데없이 “신욱아, 강신욱 아니냐?”라는 소리가 들렸다.
나를 이렇게 부를 사람은 동창들밖에 없는데.
깜짝 놀라 소리 나는 곳을 쳐다봤다.
내 눈을 의심했다.
선친의 대학 제자로서 고등학교 교사였고, 선친의 인도로 내가 어릴 때 다녔던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고, 선친의 중매로 결혼했고, 그 교회의 장로로 정말 잘 섬겼던 윤영석 선생님인 것이다.
나는 아저씨가 되었는데 윤 선생님은 내가 중고등학교때 뵙던 그 모습, 그 피부, 그 미소 그대로였다.
일정이 있어 짧은 환담을 나누고 각자의 길로 갈 수밖에 없었다.
기분이 묘했다.
넓은 세계에서 좁은 세계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나만 잠시 거슬러 올라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언젠가 느낌이 아닌 실제가 되는 날이 올 줄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