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어르신 부부의 산책

점심 식사 후 낮은울타리로 걸어오는데 8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어르신 부부가 산책하는 걸 봤다.
그 나이에 남편의 팔짱을 끼고 걷는 부부가 흔하지 않아 주시하니 부인의 발걸음이 편해 보이지 않았다.
팔짱을 낀 모양새지만 남편이 부축을 하는 셈이다.
방향이 같아 곁에 가서 말을 걸었다.

“어르신, 이렇게 두 분이 걸으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처음엔 흠칫 놀라는 눈치였지만 이내 남편분이 “그렇게 봐주니 고맙습니다.”라고 하셨다.
“부산에서 흔치 않은 모습이라서요.”
“이 사람이 다리가 성치 않아 택시를 타자고 했는데 굳이 걷자고 하네요.”
“택시를 타면 팔짱을 못끼는데 걸으면 이렇게 팔짱을 낄 수 있잖습니까?”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던 할머니가 그제야 나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할아버지의 말씀이 이어졌다.
“이 사람도 원래 잘 걸어댕겼는데 이래 됐습니다. 지금은 건강하게 걸어댕기는 사람들만 보면 너무 부럽습니다. 나도 나이가 들어 힘들지만, 내가 어릴 때 농사를 지어서 똥장군 지고 간다 생각하고 걷습니다.”
‘똥장군’이라니, 정말 오랜만에 듣는 어휘다.
“아이고, 똥장군이라뇨. 두 분 이렇게 팔짱 끼고 걷는 모습을 보고 다들 말을 하지 않아 그렇지 다들 부러워할 겁니다.”
“그래 봐주니 고맙습니다.”

갈림길에서 나는 두 분을 먼저 오른편으로 보내드리고 왼편으로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