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 낮은울타리예배

오늘은 종교개혁 505주년 기념주일이다.
토요일 밤 늦게까지 종교개혁 관련내용으로 설교, 기도, 찬송을 준비했다.
주일 아침에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를 듣게 됐다.
뉴스를 보며 한참을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충격이었다.
10-20대 청소년과 청년 15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 뿐아니라 세계도 경악했다.

나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종교개혁에 관련된 설교를 할 수가 없었다.
급히 설교, 기도, 찬송을 바꾸고 주보도 바꿨다.
만약 주일예배 시간이 오전 11시였다면 나도 시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후 4시니까 가능했다.
실은 그것도 빠듯해서 내가 예배당에 평소보다 늦게 도착할 것 같아 참석자에게 일찍 오지 말아달라고 미리 문자를 보내야 했다.

예배 시작을 알리고 먼저 오늘이 원래 종교개혁기념주일로 지키는 날이라 그렇게 준비했지만, 이태원 참사로 인해 내용을 바꾸었음을 이해해 달라고 광고했다.
원래 찬송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시편읽기’가 있었는데, 오늘은 ‘예레미야 9장’의 일부를 교독하게 했다.
찬송은 ‘물 위에 생명줄 던지어라’를 선곡했다.
생명을 잃은 젊은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청소년과 청년들을 영혼 구원을 위해 교회가 좀 더 마음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기도는 이 땅을 위로해 주시길, 교회가 제대로 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젊은이들이 건전하게 놀 수 있는 놀이문화를 만들어 주지 못하고,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꿈을 꾸고 희망을 가질 만한 사회를 만들어 주지 못한 것을 돌아보게 해달라고 했다.
나도 10-20대의 자녀 4명을 기르는 아비로서 기도할 때 목이 메였다.

혼자서 오는 고등학교 남학생의 표정이 예배 내내 진지했다.
오늘은 5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