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이 종교개혁기념주일이었다.
종교개혁에 관련된 설교를 준비했었으나 이태원 참사로 갑자기 설교를 새롭게 준비하는 바람에 준비한 설교가 원고로만 남게 생겼다.
셋째는 토요일을 좀 편하게 보내라며 “아빠, 지난 주 설교 준비한 것 있잖아요? 그냥 하세요”라고 했다.
살짝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었음을 부인하진 않겠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계속했던 요한복음을 이어 열여섯 번째 설교를 준비했다.
설교내용과 연관된 찬송을 찾다가 ‘부르신 곳에서’를 골랐다.
문제는 반주였는데, 찬송가를 고르면 찬송가 앱으로 반주를 하면 되지만 복음성가를 선택하면 유튜브에서 마음에 드는 반주만 나오는 것으로 일일이 들으며 찾는 게 번거로워 잘 선택하지 않았다.
게다가 처음에 광고가 나와 예배 분위기를 깨는 것이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부르신 곳에서’를 포기할 수 없었다.
적당한 MR을 찾았으나 반주의 흐름에 주의해야 했다.
1절을 하고 후렴으로 넘어가지 않고 1절을 반복하고 후렴으로 넘어가는데, 2절은 반복하지 않고 바로 후렴으로 넘어갔다.
집에서 연습하고, 예배당에 도착해 다시 한번 연습했다.
실수할까 악보에 진행순서를 표시하고 함께 예배참석자들을 위해 어떻게 인도를 할 것인지 메모했다.
아니나 다를까 사고가 발생했다.
예배전 음악을 끄고 강단에 올라가 ‘부르신 곳에서’를 검색했더니 블루투스 스피커로 광고가 나왔다.
사과하고 조금 시간을 들여 바로 잡았다.
반주자 없는 개척교회의 애환을 확실히 느꼈다.
예배 후에 셋째가 유튜브 프리미어에 가입하라고 알려줬다.
그러면 광고도 나오지 않고 화면을 꺼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덕스러운 예배진행을 위해 주중에 가입할 예정이다.
낮에 예배당으로 올 때는 따뜻했는데, 예배를 마칠 무렵에는 제법 쌀쌀해졌다.
예배 후 참석자에게 혹시 춥지 않았냐고 물으니 다행히 춥지는 않았다고 했다.
난방을 챙겨야 할 때가 왔다.
이렇게 봄에 개척한 교회의 한 해가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