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비신자 성경공부

오늘 저녁 무렵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원래 부산에 사시다가 약 20년 전 서울로 가셨던 분이 여전히 부산에 살고 있는 언니 2명을 전도하기 위해 내게 연락을 했다.
오후 2시 30분쯤이었는데, 오늘 부산에 내려와 언니들과 만나고 있는데 혹시 시간이 되냐는 것이다.
동생은 얼마전 어떤 계기로 다른 사람들과 낮은울타리를 방문해서 내 사역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난 고신대 경건모임 강의를 마치고 영도에서 담당 목사님들과 카페에서 교제하고 있었다.
오후 4시에 낮은울타리에서 만나자고 했다.

약속시간이 20분쯤 지났을 때 아래에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고, 나는 미리 문을 열고 맞았다.
60세의 동생이 70세와 64세의 언니를 소개했다.
세 자매는 나이와 달리 쾌활하고 에너지가 넘쳤다.

서울 사는 동생이 부산까지 내려와서 언니들을 낮은울타리로 데리고 온 이유는 언니들이 자꾸 이단 성경공부 모임에 참석하기 때문이었다.
언니들은 속으로는 아닌 것 같다고 하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와서 무료로 컴퓨터를 가르쳐 준다거나 무료로 의료기기를 체험시켜 준다고 했는데, 대신 강의를 1시간 들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자녀들을 다 키운 60대 중반 이후의 두 할머니는 소일거리 겸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에 참석한다고 했는데, 서울 사는 동생이 펑펑 울면서 말리는 바람에 최근 발을 끊었다고 했다.

나는 일단 “공부하고 강의 듣는 걸 좋아하신다니 다행입니다. 저와 잘 맞겠는데요.”라고 했다.
처음 보는 목사가 같이 성경공부를 하자고 하는데 누가 선뜻 그러겠다고 하겠는가.
“매주 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그래도 되나요?”
“물론이죠. 저와 성경을 공부하는 40대 후반 비신자 여성분들이 있는데 그분들도 격주로 모입니다.”
“아, 그렇게도 하는군요. 저는 매주 공부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부담이 컸어요.”
“요즘 여러 모로 바쁜데 어떻게 매주 모이겠습니까? 격주로 꼬박꼬박 모이는 것도 힘든데요.”
각각 해운대에서 먼 명지와 개금에 사신다는 두 언니들이 경계를 푸는 듯 보였다.

나는 언니들을 데리고 온 동생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내려오셔서 언니들과 함께 성경공부에 동참해 주십시오.”
나는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
“언니들이 하겠다고 하면 격주로 계속 내려오겠습니다.”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동생의 절박한 마음을 읽은 건 나뿐만 아니었다.
언니들도 동생의 결단에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내가 파격적 제안을 이어갔다.
“한 시즌을 잘 끝내면 언니들 모시고 제주도 여행을 가십시오”
“갈 수 있지요”
동생의 통큰 반응에 언니들이 환호했다.
“1년을 마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해외로 가야죠”
“좋습니다. 1년 마치면 동남아 가시고, 2년 마치면 미국 여행 가십시오.”
“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에너지가 넘치는 분들이고 동생이 일부러 서울에서 부산까지 왔는데 바로 시간 약속을 잡아야 되겠다 생각했다.
“그럼 언니분들은 어느 시간대가 좋으세요?”
“우리는 목요일이나 금요일이 좋은데…”
“다행입니다. 화요일과 수요일은 성경공부팀이 있거든요. 딱이네요.”
큰 언니가 “금요일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나는 시간을 물었다.
서울에서 내려와야 하는 동생이 “오늘처럼 오후 4시가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럼 두 주 뒤인 11월 25일 오후 4시에 여기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성함을 가르쳐 주십시오. 저는 공부하시는 분들을 위해 매일 기도합니다.”
나는 그분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받았다.
이제 기도명단이 83명이 되었다.

나는 오늘 언니들을 전도하기 위해 서울에서 격주로 부산에 내려오겠다는 동생의 얼굴을 봤다.
부산 사는 목사인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