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집 방문

부산에 내려올 때부터 “한번 만나보라”는 소리도 들었고, “김현호 대표님 아시죠?”라는 질문도 받았다.
“아니요”
내 대답이 너무 짧고 의외였는지 이야기한 사람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일개 목사가 기독교계 인사들을 다 알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난 몰라도 아무렇지도 않은데, 알아야 구원받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소문의 주인공과 ‘도대체 기독서점을 어떻게 운영하길래 이렇게 소문이 날까?’ 궁금하기도 했다.
드디어 오늘 방문했다.
내 일정을 생각하면 짬이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방문하게 됐다.

먼저 전화를 했다.
“대표님을 뵐 수 있을까요?”
“예, 제가 있습니다”
기쁨의집 이야기를 많이 하길래 큰 서점일 줄 알고 다른 직원이 받은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부산의 중심지인 중앙대로변 1층에 있는 ‘기쁨의집’ [사진 강신욱]

도착해서 보니 최근 방문한 기독서점 중 유일하게 1층에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제까지 방문한 기독서점과는 달리 다양한 연령층의 방문이 잦다는 것이다.
게다가 20대 청년부터 40대 젊은 목회자는 책을 찾고 구입했다.
물론 전도관련 물품을 찾는 60대 목회자도 있었다.
내가 말 붙일 틈이 없었다.

진열대에서 발견한 ‘대화로 푸는 성경’

매장이 별로 크지 않았는데 구석에 작은 모임공간이 있었다.
거기에서 두번째 놀랐다.
장식용 테이블 조명 옆에 ‘대화로 푸는 성경’이 받침대에 세워져 있는 것이다.

매장 한쪽에 놓인 탁자와 의자
테이블 위 받침대에 놓여진 ‘대화로 푸는 성경’

사람들이 없을 때 테이블을 마주 보고 앉았다.
김 대표님은 단팥이 가득한 찹쌀떡과 커피를 주셨다.
나는 ‘대화로 푸는 성경’이 받침대 위에 세워져 있는 이유를 물었다.
“누군가 강 목사님이 오늘 여기 방문하실 거라 하더라구요”
내 동선은 비밀인데, 노출되다니…
방문자를 위한 준비를 보고 보통 분이 아니시라고 느꼈다.

내 질문이 이어졌다.
“이 비싼 중앙대로변에 그것도 1층에서 기독서점을 유지하시는 게 부담이 크실 텐데요. 1층은 처음 봤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세요?”
“1층에 있어야 지나가다 들어오기도 하고, 차로 지나가며 보기도 하지요. 그래서 승복을 입은 스님이나 원불교 교무님, 신부님들도 어쩌다 오십니다.”
“선교적 관점에서 1층을 고수하시는 것이군요”
“부담이 많죠. 그래서 집에 생활비를 가져다 주지 못합니다. 아내가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고 여기서 나오는 돈은 서점 운영과 사역을 위해 사용합니다.”
“대단하십니다. 서점을 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직원으로 일했던 것까지 합하면 40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김 대표님은 척박한 부산에서 기독교 지성 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었다.
달걀로 바위치기같은 일을 40년 넘게…
바위는 깨지지 않았지만 바위에 달걀의 흔적이 짙다.

처음으로 나를 위해 책과 포스터를 배치하여 사진의 구도를 잡아 주시는 호강을 누렸다.
부산의 서점을 돌며 처음으로 셀카를 찍지 않았다.

서점을 돌며 처음으로 찍힌 사진 [사진 김현호]

그때 갑자기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계산을 한다.
보기 좋았다, 기뻤다.
“손님 맞으셔야죠.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사진을 보내주시며 “오늘은 기쁨의집 자랑만 길었습니다. 다음엔 강 목사님 사역 스토리를 들려주세요”라고 하셨다.
언제, 어느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