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크 이야기(2) – 보배같은 사람들

“강 목사님, 북토크 하시죠.”
페이스북으로 만난 정민교(흰여울교회 담임) 목사님의 권유로 이 모든 일이 시작됐다.
나는 “부산에서는 스무 명 모으기도 힘듭니다”라며 완곡하게 거절했다.
인원도 인원이지만 무엇을 위한 북토크인가, 이런 형식이 맞을까란 의문에 확신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토크가 열렸고, 11월 22일 오후 2시 생’s카페에서 열린 북토크는 전적으로 자신의 일처럼 달려들어 함께해 준 세 명 덕분이다.
북토크를 준비하면서, 그리고 북토크를 마치고 나서 나는 ‘어쩌다 이 사람들을 만나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까?’ 종종 생각했다.

북토크 사회를 맡은 정민교(우측) 목사 [사진 강진수]

지난 오월이었는지 유월이었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역시 페이스북 친구였던, 군인인 남편의 발령에 따라 부산에서 대전으로 옮기게 된 이신혜(삼일교회 교육부서 담당) 전도사님이 대전으로 가기 전에 낮은울타리를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마침 정민교 목사님도 낮은울타리를 방문하고 싶다기에 그럼 이 전도사님 송별회로 모이자고 했다.
그렇게 모임을 만들어 갈 때 또 페이스북 친구인 권오성(킹덤얼라이언스 찬양인도자) 목사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알고 보니 낮은울타리가 있는 아파트 단지 옆 동에 살고 있는 것이다.

북토크의 기획과 총무를 맡은 이신혜 전도사

그렇게 모였을 때, 나는 무슨 영문인지 식사를 손수 준비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내가 요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아파트 단지 안에 한 주에 한 번 들어오는 돈가스를 사서 마트에서 산 샐러드 위에 놓고 마요네즈를 뿌렸고, 비비고 된장찌개를 끓였고, 햇반을 데웠을 뿐이다.
그런데 그날 이후 모일 일이 생겨 종종 모였고, 북토크 이야기까지 나온 것이다.

노래와 백업을 담당한 권오성 목사

장소, 홍보물, 물품, 선물, 음료와 간식, 노래, 진행방식, 질문 등 모든 것을 세 명이 기획하고 준비했고, 나는 스타일을 얹었다.
북토크에 참석하기만 해봤던 나는 준비하는데 이렇게 챙길 것이 많은지 처음 알게 됐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비신자들과의 모임을 준비하고 그 중요한 기록들을 남겨야 하는데 북토크를 준비하느라 그럴 시간이 없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멀티태스킹이 가능했겠지만 50대 중반을 향해 가는 내 체력과 집중력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분들은 자신들의 사역과 가정도 눈코뜰새 없이 바쁜데, 틈만 나면 낮은울타리에 모여 몇 시간씩 북토크 준비회의를 했다.
게다가 이 전도사님은 하루에 대전을 오가는 강행군을 하면서까지.
미비된 것은 계속 단톡방을 통해 점검하면서.

그러다가 규장에서 제작한 멋진 배너와 포스터가 도착하자 마치 수백 명의 참석자를 확보한 것처럼 함께 즐거워하기도 했다.

배너와 포스터가 온 날의 기념사진 [사진 권오성]

실은 지난 봄부터 나는 심각한 마음의 몸살을 앓으며 안정제를 먹고 있는 중이다.
이분들이 낮은울타리를 드나들며 나를 채근하지 않았다면 난 마음의 몸살을 더 심하게 앓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분들은 하나님이 나를 위해 붙여주신 사람들인 것이다.

북토크를 마치고 나니 태풍같은 시기를 견디도록 든든한 담이 되어준 보배와도 같은 사람들임을 다시 새기게 된다.
내 곁에 보내주신 사람이 보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