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진담

부산에 내려온 후, 지난 20여 년간 단 한 차례도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비신자 친구들의 술자리에 동석하고 그들의 취중진담을 듣는 일이다.

마음은 여전히 청춘인 것 같은데 이미 내리막길로 들어선 자신과 여건을 받아들여야 하는 50대의 애환을 솔직하게 말한다.
술의 힘을 빌어 자신을 표현하는 친구들을 보자니 짠하기도 하고, 횡설수설하고 중언부언하는 것 같을 때도 있지만 어쨌든 다 털어놓는 것이 시원해 보일 때도 있다.

만나서 한 이야기로도 시원 찮았는지, 목사 친구가 듣기에 좀 충격적이라 생각했는지 밤늦게 다시 전화하는 친구도 있다.
만나서든 전화로든 내게 그런 이야기를 털어 놓는 것 자체가 고맙다.

나도 인간적으로는 별로 다르지 않지만 목사이다.
친구들, 특히 타종교 친구들은 성직자라는 것 때문에 기도를 부탁하기도 한다.
나는 목사로서 내 사정을 뒤로 미루고 그 친구들의 이름을 먼저 부르며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