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신자 그룹2] (9)”살인자도 천국 갑니까?”

“목사님, 질문이 있는데요.”
“예, 무엇이든 물어보십시오. 전 질문이 반갑습니다.”
“어떤 사람이 예수님 믿으라 하면서 ‘살인자도 예수님만 믿으면 구원 받는다’고 하던데요, 그 말을 듣는데 너무 거부감이 들어라구요. 살인자도 예수님만 믿으면 천국 갑니까?”
솔직히 훅 들어온 질문에 적잖이 놀랐다.
이제까지 비신자로부터 들은 질문 중 가장 심각한 내용이고, 수위였다.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잘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나를 덮었다.
평소처럼 바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에… 그 사람이 너무 심한 말을 했네요. 전도를 해도 좀 살살 해야지, 그렇게 극단적인 내용을 들어서 세게 들이대면 안되지요. 마치 예수님만 믿으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들리네요.”
“그러니까요. 사람을 죽였는데 그냥 구원을 받는다면 되겠습니까? 저는 이해할 수가 없네요.”

“혹시 ‘밀양’이란 영화 보셨어요? 소설도 있는데요.”
“아니요.”
“거기에 질문하신 내용과 비슷한 사건이 나옵니다. 어떤 사람이 아이를 유괴해서 돈을 요구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벌써 아이를 죽인 겁니다. 그 사람은 감옥에 갔지만 엄마는 거의 실성할 지경이 되었지요. 우연히 엄마가 교회당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마침 부흥회를 하고 있었어요. 부흥회 아세요?”
“예, 들어는 봤습니다.”
“그때는 좀 요란하게 찬송도 하고 기도도 하고 그런 분위기 거든요. 이때 이 엄마가 그 분위기에 묻어 엄청난 울음을 터뜨립니다. 교회에서 기도할 때 심하게 우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마치 태아가 태어나면 울음을 터뜨리듯, 마치 공포에 질려서 울지도 못했던 미아가 엄마를 다시 찾고 안도의 울음을 터뜨리듯 사람이 하나님을 만나면 그렇게 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쩌면 그 엄마는 그렇게 울고 싶었지만 울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그 엄마는 위로를 얻고, 하나님을 믿게 되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게 됩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자신의 죄를 용서해 주셨다는 이야기가 감동도 되지만 한편으로 짐도 되었습니다. 자기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누구겠어요?”
“그 살인자죠.”
“맞습니다. 그 살인자를 용서할 수 없는 거예요. 오래 기도하다가 마음으로 용서하게 되었어요. 그랬더니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기쁜 거예요. 그래서 그 살인자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복음을 전하고 싶어 교도소로 면회를 갔어요.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죠.”
“정말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건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살인자가 태연한 표정으로 나오더니 그 엄마를 향해 자신이 예수님을 믿게 되었는데 자신의 죄는 예수님이 다 용서해줘서 평안함을 누린다는 겁니다.
“예? 말이 안되잖아요.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요.”
“그러게요. 정상이 아니지요. 그 엄마는 자기가 용서를 하지도 않았는데 용서를 받았다는 살인자의 말에 너무 충격을 먹고 교회를 떠납니다. 저는 목사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어이가 없네요.”

“영화라서 극적인 요소를 위해 그렇게 만들기는 했지만, 그 살인자의 믿음이 바른 믿음일까요?”
“정말 싫은데요.”
“이건 바른 기독교 신앙이 아닙니다. 예수님을 믿은 게 아닙니다.”
“살인자가 예수님을 믿는다고 했잖아요?”
“그건 예수님을 제대로 믿은 게 아닙니다. 예수님을 정상적으로 잘 믿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용서를 빌어야죠.”
“맞습니다. 예수님을 믿지 않더라도 인간이라면 감옥에서 자신이 한 짓을 뉘우치고 엄마가 찾아오기 전에 먼저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짓을 했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죄값을 치르겠습니다.’라고 편지를 써야죠.”
“맞습니다.”
“만약 예수님을 믿었다면, 예수님이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하신 일을 제대로 깨달았다면 자신이 저지른 일을 더 크게 뉘우치고 엄마에게 제대로 용서부터 구했어야죠. 성경에는 하나님께 예배하기 전에 먼저 형제와 화해부터 하고 오라는 말씀도 있습니다.”
“아~ 그런 말씀도 있습니까?”
“아니, 양심이 있다면 그 엄마에게는 용서해 달라고 하지도 못할 겁니다. 그냥 하나님께만 용서해 달라고 하고 엄마에게는 평생 미워하셔도 된다고 해야죠. 예수님만 믿으면 그냥 아무 책임도 없고, 모든 것이 다 무사통과가 된다는 건 절대 성경이 말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전도를 해도 그렇게 의미가 왜곡되도록 하면 안됩니다. 그냥 평범하게 예수님을 믿으라고 하면 되지, 왜 그런 극단적인 표현을 했는지 모르겠네요. 그런 전도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그래서 살인자도 예수님을 믿으면 천국 갑니까?”
“살인자가 진정으로 예수님을 믿고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얼마나 끔찍한지 하나님과 사람 앞에 고백하고 뉘우치면 천국에는 갑니다. 하지만 그는 이 세상에서 죄값을 치러야 하고, 평생 살인자라는 무거운 짐을 안고 살아야 합니다.”
결국 살인자도 천국에 간다는 말을 듣고는 표정이 다른 때와는 달라졌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요. 목사님, 저희들 가야 되겠습니다.”
“예, 테이블 정리는 제가 할테니 얼른 가십시오. 다음에 뵙겠습니다.”
두 분이 나가시고 나는 한참 멍하니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