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력하여 선을 이룬 만남

목요일부터 안성수양관에서 있을 수련회 강의를 위해 수요일에 출발하려는 아침에 장문의 문자가 왔다.
남서울평촌교회 성도인데 부친이 많이 편찮으시니 기도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부친은 내가 담임목사일 당시 가족을 따라 잠시 예배에 참석한 적이 있으나 신앙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곧 입원을 해야할 상태라고 하는데 현재 교역자는 모두 새로운 사람이라 낯가림을 하시는 분이 만나려고 하실 리가 없다.
멀리 운전해서 몸은 피곤할 것이고, 전날 수련회 강의를 한 번 더 점검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그래도 안면이 있는 내가 낫고, 이 어르신은 언제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지 모르니 미룰 수가 없었다.

내가 수도권에 올라가는 길이니 댁으로 찾아 뵙겠다고 했다.
병세도 좋지 않으신데다 5년 이상 뵙지 못했으니 만남을 사양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감사하게도 부친이 허락을 해주셨다.
패드 소동 때문에 예상보다 3시간이 늦어진 덕분에 아들이 퇴근하고 부친과 함께 나를 만날 수 있게 됐다.
고사성어로는 ‘새옹지마(塞翁之馬)’이고, 성경의 표현으로는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되었다.

“저 기억하시지요?”
“예, 바쁘신데 일부러 멀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편찮으신 것 아는데 찾아 뵙는 걸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르신은 두 가지 너무도 힘들고 어려운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데 몸이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살자고 하는 일이니 치료가 너무 힘들면 미루셔도 되고, 포기하셔도 됩니다. 삶의 질을 우선하셔서 판단하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어르신이 혼자 계시면서 정서적으로 힘드신 것 같아 내가 부산에 내려가서 겪었던 애로를 말씀드리고, 별 의미없는 말이라도 하실 것을 권했다.
“저도 여기서 매일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고, 시시껄렁한 대화를 하는 것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런데 부산에 가서 저 혼자 있으니까 하루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도 있으면서 우울증에 걸렸습니다.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 ‘오늘 점심 뭐 먹을까?’, ‘이 식당은 김치가 너무 시큼하네.’, ‘오늘 뭐했어?’같은 시답잖은 대화가 사실 삶의 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깨달았습니다. 원래 어느 가정이든 부자지간에 대화가 별로 없는데요. 이제부터는 어르신도 아들하고 별 의미없는 대화를 많이 하시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사람들이 힘들 때 신을 의지하는 법이니 예수님을 의지하라고 전했다.
“예수님, 저 좀 도와 주십시오.”를 따라해 보시라고 했더니 따라하셨다.
한편으론 감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얼마나 몸과 마음이 힘드셨으면 금방 따라하실까 싶어 마음이 짠했다.
위해서 기도해 드리고 일어났다.
수련회 장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계속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