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6 낮은울타리예배

모든 것이 순조로왔다.
설교 준비는 금요일에 마쳤고, 오늘 오후에는 바람쐬고 싶어하는 셋째와 카페에 다녀올 만큼 여유도 있었다.
프린터가 속썩이는 일도 없이 주보 인쇄까지 잘 마쳤다.
낮은울타리 식구들이 모두 10여 분 전에 도착해서 시간이 남아 선물로 받은 보이차를 마시며 최근에 맡게 된 일과 1주년 기념 찬양예배 때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첫 번째 사건은 찬송을 부를 때 일어났다.
1절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음이 높이 올라가는 부분인 ‘… 내 주 예수 여전히’의 ‘여’에서 음이탈이 발생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너무 당황스러웠다.
만약 누구라도 웃었더라면 나도 웃음이 터져 찬송을 부르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아무도 웃지 않고 진지하게 찬송을 불러 잘 넘어갔다.

두 번째 사건은 성찬식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이다.
빵도 사고, 포도주도 냉장고에 있는데…
어쩐지 시간이 남더라니.
설교 본문을 읽을 때 ‘아차, 성찬식…’ 생각이 났다.
왜 그때 생각이 났는지 그 이유는 알 수가 없다.
설교를 마치고 주보 순서에는 있지만 성찬식을 할 수 없는 사정을 솔직히 말하고 양해를 구했다.

모든 것이 잘 준비되어 여유있는 주일 예배가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실수를 한 예배가 되고 말았다.
더 겸손히, 더 찬찬히, 잘 준비해야겠다는 걸 되새긴 주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