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시즌2] (11)28:10-12

“야곱이 아버지 이삭과 함께 살던 가나안 땅 최남단 브엘세바를 떠나 유프라테스강 상류 유역의 ‘하란’이란 곳까지 갑니다. 여기는 엄청 먼 곳입니다. 우리가 평소 보던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지도를 준비했습니다.”
얼마전 새로 구입한 성경지도 책을 꺼냈다.
구약부터 신약까지 다양한 성경지도가 나와 있는 책이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현재 국경이 표시된 투명 아크릴 페이지를 겹쳐서 볼 수 있게 해서 비신자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걸 준비하셨네요.”
“예, 그래야 여러분들이 흥미롭게 성경을 배울 수 있죠.”

“여기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이 보이시죠?”
“예.”
“세계사에 나오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이 강의 유역에서 발달했습니다. 야곱이 가려는 ‘하란’이란 곳은 유프라테스강의 상류에 있습니다.”
다들 내가 가리키는 ‘하란’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엄청 머네요.”
“엄청 멀죠. 가나안 남북도 가까운 거리가 아닌데, 가나안 땅의 몇 배나 되는 거리를 가야 했습니다. 아마 1000km도 훨씬 넘는 거리였을 겁니다. 중간에는 여러 다른 민족들이 살고 있고, 도적떼도 있는 먼 길을 가야했습니다.”
“꼭 그렇게 멀리까지 가야했나요? 형을 피하는 일이라면 그렇게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됐을텐데요.”
“옛날 아브라함이 아버지와 동생 등 가족이 원래 고향인 우르를 함께 떠나 이곳 하란에 왔다가, 나머지는 거기 머물고 아브라함만 가나안 땅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거기엔 아브라함의 형제 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삭의 아내 리브가도 그 동네에서 왔고요. 이삭과 리브가는 장남 에서가 이민족의 여러 여인들과 결혼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입니다. 형 에서의 위협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멀리 떠나는 김에 친족의 집안에서 며느리감을 구하기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야곱으로서도 쉽지 않은 먼 길이었지만 형 에서의 위협이 너무 두려우니 딱히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야곱은 옛날 아브라함과 이삭이 왕래했던 길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러다가 한 곳에서 노숙을 하게 되었는데, 돌로 베개를 삼고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습니다. 꿈에 한 사다리를 보았는데, 이 사다리가 땅에서부터 하늘까지 닿은 겁니다. 아주 까마득한 사다리가 되겠지요. 그리고 천사들이 그 사다리로 오르내리는 걸 본 겁니다. 그런데 사다리를 상상하지는 마십시오. 사다리가 땅에서부터 하늘까지 놓였다면 얼마나 위태롭겠습니까? 2층까지만 닿아도 위험해 보이는데요.”
“그럼 뭘 생각해야 되는데요?”
“그냥 계단을 생각하십시오. 야곱은 꿈에 하늘까지 이르는 계단을 보았습니다. 그 계단 위로 오르내리는 천사를 본 겁니다. 우리는 이런 꿈을 꾸면 ‘내가 꿈에 천사를 봤다’라고 의미를 부여하기 쉬운데요, 이 꿈에서 중요한 것은 천사가 아니라 계단입니다.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계단 말입니다. 하늘은 하나님을 의미하고 땅은 인간을 의미하는데 하나님과 땅을 연결하는 무언가가 있는 겁니다. 이 계단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모르죠.”
“예수님에 대해 기록한 요한복음 1장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같이 볼까요?”

50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너를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보았다 하므로 믿느냐 이보다 더 큰 일을 보리라
51   또 이르시되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늘이 열리고 하나님의 사자들이 인자 위에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을 보리라 하시니라 

“51절이 지금 우리가 보는 창세기 28장 12절과 아주 비슷합니다. 하늘이 열리고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걸 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다른 점이 있습니다. 한번 찾아보세요.”
“사다리가 없네요.”
“맞습니다. 사다리 대신 뭐가 있죠?”
“인자 위에 오르락내리락 한다는데요.”
“‘인자’가 뭔지 아세요?”
“아니요.”
“‘인자(人子)’는 사람 인과 아들 자입니다. ‘사람의 아들’이란 의미지요. 이 단어는 복음서에 보면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님이 완전한 인간으로 오셨다는 걸 의미함과 동시에 예수님이 자신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하신 단어입니다. 그러니까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통로, 하나님과 사람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가 바로 예수님이라는 겁니다. 성경은 창세기부터 하나님과 사람을 연결하는 통로가 필요한 것을 말하고 있는 책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하늘까지 닿는 통로를 만들 수 있을까요?”
“아니요.”
“예전에 인간들이 하늘까지 닿는 바벨탑을 쌓으려고 했지만, 그건 하나님과의 소통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이 하나님처럼 되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었지요. 이건 하늘까지 닿는 탑을 쌓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거룩하신 하나님과 죄인인 인간이 거리낌없이 소통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이건 하나님 쪽에서 만들어 주셔야 하는 거죠. 하나님께서 인간과의 유일한 통로로, 곧 인간 편에서 하나님께 닿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예수님을 주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