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3/8) 동대문 노숙자 쪽방촌 교회인 등대교회에서 수요예배 설교를 하고 다음날 부산으로 내려오는 길에 지난 1월 말에 오산에 사시는 윤용노 전 남서울평촌교회 경비반장님을 찾아뵀다가 3월 초 서울 오는 길에 다시 찾아뵙겠다고 약속한 것이 생각났다.
전화를 드렸더니 윤 반장님은 가까운 뒷동산에 등산을 가셨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내가 온다고 하니 안오셔도 된다고 하시면서도 전화기 너머 음성에는 반가움이 넘쳐 흘렀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윤 반장님을 뵀다.
나를 위해 간식을 사서 들어오시는 중이었다.
“반장님, 저 왔습니다. 평안하셨지요?“
”아이고, 우리 목사님, 영락없이 오셨네요.“
‘영락없이’라는 어휘가 귀에 쏙 들어왔다.
어쩌다 책에서는 봤지만 대화 중에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 지난 1월 28일에 뵙고 3월 초에 서울 올 일이 있으니 찾아 뵙겠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래도 이렇게 일부러 오지 않으셔도 되는데… 우리 목사님은 이렇게 확실하시다니까요.“
말씀은 이렇게 하셔도 내가 다시 오길 기다리셨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댁으로 들어갔는데 한 상을 차려 주셨다.
큼지막한 딸기와 올해 처음 구경하는 수박이다.
소시지빵과 호두파이와 치즈케이크와 슈크림빵과 물김치의 조합은 50이 넘은 인생을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상이다.
”제가 우리 윤 반장님 덕분에 호강을 합니다.“
”목사님, 그때는 몰랐는데 옛날이 그립습니다. 권사님들이 목사님 드릴라고 음식을 이쁘게 해서 드렸는데 목사님은 조금만 드시고 저에게 갖다 주셨지요.“
”저도 그때가 그립습니다. 그때 행정실장님과 경비반장님이 환상의 콤비였지요.”
“사람들이 많이 와서 큰 길까지 주차(당시 일요일 낮에 큰 길 주차가 가능했다)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내 눈이 장식장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지난 1월말에 반장님과 함께 찍은 사진과 내 증명사진이 액자에 들어있었다.
“아이고, 반장님, 제 사진을 이렇게 액자에 넣어두시니까 제가 너무 민망합니다.”
“왜요? 딱 보기 좋은데요. 이제 목사님이 너무 힘들게 안오셔도 됩니다. 제가 목사님하고 찍은 사진 보면 행복합니다.“
”제가 또 와야죠. 4월에는 서울 올 일정이 없는데 5월에는 생기겠죠. 따뜻할 때 반팔 입고 오겠습니다.“
”그러시면 너무 고맙지요.“
수박 한 조각을 먹고 일어섰다.
부산 내려가며 차 안에서 먹으라고 빵과 딸기를 비닐봉지에 담아 종이가방에 넣어주셨다.
나중에 차 안에서 보니 범벅이 되었지만 나는 맛있게 먹었다.
“반장님, 오늘도 손 잡은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라며 손을 잡았더니 누구 손인지 알게 손만 찍지 말고 얼굴도 나오게 찍어달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다.
출발 하고 뒤돌아보니 주차장을 빠져 나갈 때까지 나를 보고 그 자리에 계셔서 차창을 내려 손을 흔들어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