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온 후배 목사

햇살이 좋은 날 서울에서 후배 목사가 찾아왔다.
이민용 목사는 2014년 결혼 때 내가 주례를 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나와 이 목사는 해운대와 동백섬을 걸으며 많은 얘기를 나눴다.

먼저 해운대 백사장에 섰는데, 이 목사는 부산에 몇 번 와봤지만 올 때마다 비가 왔고, 이렇게 좋은 날씨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 인증샷을 찍어야지.

조선비치호텔 앞에서 황옥공주동상이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이 목사는 활짝 핀 동백꽃과 애기동백을 보면서 너무 좋다고 했다.
누리마루 옆 전망대에서 바다를 한참 응시하고선 시원하다고 말하는데 마음이 짠했다.
나도 집에서 여기까지 걸어와서 그렇게 바다를 보며 속을 달래기 때문에 그 속이 어떤지 알 것 같았다.
거룩한 공동체에서 어느새 유지, 관리, 경쟁을 우선하는 단체로 변질된 곳에서 벌어지는 일과 무리한 요구에 지쳐버린 젊고 순수한 목사는 고민과 질문이 많았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정력을 비본질적인 것에 사용하고 있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런 혼란 속에서 우리에겐 복음의 보편성과 탁월함과 순수함이 더 크게 드러나고 더 간절히 사모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