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or 하나님

학창 시절 전체 조회 때 애국가를 불렀다.
후렴 마지막에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부분에서 나는 내 입에 익숙한 ‘하나님’이라고 불렀다.
당시 친구들이 이상하게 듣고 “왜 너는 하느님을 하나님이라고 하냐?”라고 물었다.
나는 독실한 기독학생답게 “하느님이 어딨냐? 하나님이지”라고 답했다.

국어 시간에 원래 ‘하늘님’인데 ‘ㄹ’탈락으로 ‘하느님’이 됐다고 배웠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 “그것 봐라. 하느님이 맞다”라고 했다.
나는 “애국가는 원래 기독교 배경으로 ‘하나님’인데 나중에 정부가 너무 기독교 종교색이 나는 것이 부담스러워 하느님으로 바꾼 것이다”라고 항변했다.
숫적으로 너무 밀려 야유만 받을 뿐이었지만 나는 한 번도 ‘하느님’이라고 부른 적은 없다.

기독교 신앙을 접하게 될 때, 나처럼 기독교 신앙에 익숙한 사람이야 ‘하나님’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지만, 그렇지 않고 전통신앙의 ‘하늘님’과 ‘ㄹ탈락’에 익숙한 사람들은 ‘하나님’이 틀린 표현처럼 들리고 자기 입으로 말하기는 더욱 어색하다.

하느님이 맞을까, 하나님이 맞을까?
몽골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로부터 몽골 말 몇 마디를 배울 때 ‘하나님’을 가리키는 단어에 대해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원래 몽골 말에 신을 가리키는 ‘보르헝’이란 단어가 있는데 이 단어가 불교색이 너무 짙어 사람들이 ‘부처’로 오해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교사들이 ‘유르퉁칭에젱’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들었다.

기독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도 히브리어 ‘엘로힘’, 헬라어 ‘테오스’를 어떻게 표기할까 논란이 되었다.
천주교가 이미 들어와 사용하고 있는 ‘천주(天主)’가 있었으나 기독교 선교사들은 그 단어를 계속 사용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한글로 ‘하’ 다음에 ‘ㄴ’ 및에 아래아를 써서 ‘하느님’ 또는 ‘하나님’으로 발음하는 단어가 있었는데, 선교사들이 보기에 이 단어가 기존의 특정 종교의 신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사도행전 17:23에서 아테네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신’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가장 높은 신을 의미하는 단어인 것을 알게 되고, 게다가 ‘하늘(초월)’, ‘한(큰)’, ‘하나(유일)’ 등의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가장 적절하다고 여겨 사용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하나님이 ‘하나님’이라고만 불러야 들으시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 아버지와의 관계이지 호칭이 아니다.
어느 호칭이 맞느냐로 고민하고 논쟁하는 것보다 한 번이라도 더 부르는 게 낫고 중요하다.
다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호칭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