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시즌2] (15)29:21-30:13

“칠 년이 지나서 야곱은 외삼촌 라반에게 라헬을 아내로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라반은 이웃 사람들을 초청해서 결혼식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라반이 라헬을 신부로 보내지 않고 언니 레아를 신부로 꾸며 캄캄한 밤에 신방으로 보냈습니다.”
“뭐라고요? 그게 가능한가요?”
“그러게 말입니다. 야곱이 신부가 바뀔 줄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아마 캄캄한 밤에 축하주도 마시며 적당히 취한 야곱이 당연히 라헬인 줄 알고 신방에 들어갔 그 다음날 아침에 너무 놀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비 라반의 입장에서 보면 인상 찡그리며 사람을 보는 큰 딸을 시집보내는 것이 걱정되기도 했을 것입니다. 신랑인 야곱에게는 그 지역에선 언니보다 아우가 먼저 결혼하는 법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그런 법이 있었나요?”
“아마 거짓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외삼촌이자 장인이 된 라반이 야곱에게 둘째 라헬도 바로 신부로 줄테니 결혼식은 일단 마치자고 했습니다. 당시는 그 지역은 결혼식을 일주일간 했거든요. 요즘 1시간 정도 하는 결혼식도 힘든데 일주일간 하면 너무 피곤할 것 같습니다.”
“신부가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신랑도 힘들어요. 저도 결혼식 때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아침부터 굶고 머리하고 화장하고 옷입고 준비하다가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비행기가 결항되는 날 오후 3시에 예식을 했는데, 주례 목사님이 설교를 길게 하셔서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습니다. 옛날 일주일씩 결혼식을 한 건 결혼을 핑계로 동네 잔치를 연 것이죠. 가장 행복해야 할 결혼식에 야곱은 너무도 어이없는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칠 년을 어떻게 기다렸는데 자기 딸을 가지고 남의 결혼식에 이렇게 속임수를 쓰다니요. 게다가 라반이 야곱이 더 소스라치게 놀랄만한 제안을 했습니다. 칠 년 더 자신을 위해 머슴 노릇을 하라고 한 것입니다. 결국 딸들을 이용해서 자기 욕심을 채우려 했던 것입니다.”
“야곱이 일을 잘했나 보죠. 그러니까 붙잡아 두려고 그런 짓을 했지요.”
“그러게 말입니다. 야곱이 사랑하는 여인을 아내로 맞을 수 있다는 기대로 정말 열심히 일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내가 둘이 되었습니다. 이걸 하나님이 주신 복이라고 해야 할까요?”
“남자들 입장에서는 복 아닌가요?”
“아이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됩니다. 아내가 둘인데 그 집안이 평안하겠습니까? 이후로 야곱은 두 아내 사이에서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오겠지만 그 자녀들 사이에도 깊은 갈등이 이어집니다.”
“외삼촌이 속여서 그렇게 된 거네요.”

“야곱이 왜 라반에게 오게 되었는지 기억하십니까?”
“형이 죽이려고 해서요.”
“왜 형 에서가 동생인 야곱을 죽이려고 했지요?”
“거짓말로 아버지의 축복을 받아서요.”
“맞습니다. 야곱은 아버지도 속이고, 형도 속였습니다. 그는 속이는 자였습니다. 그런데 멀리 도망와서 도움이 될 줄 알고 의지했던 외삼촌의 속임수에 세게 얻어 맞았습니다. 혼자 속고 잠시 속상하게 되는 게 아니라 큰 인생과 가정의 짐을 지게 되었습니다. 속이는 자 야곱이 자기가 했던 것 이상으로 크게 당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이런 식입니다. 만약 하나님의 심판이 즉각적으로 일어난다면 모든 사람이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바르게 살려고 애를 쓸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심판은 즉각적으로 일어나지 않죠. 마치 우연히 어쩌다가 재수 없어서 그런 일을 당하는 것 같아서 사람들은 깨닫지 못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에겐 우연이란 없습니다. 하나님의 심판을 ‘연자맷돌’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천천히 돌지만 남김없이 부서뜨리기 때문입니다.”
“아, 그런 면이 있군요.”

“야곱에게 두 아내가 생겼습니다. 야곱은 누구의 처소에 더 자주 들어가겠습니까?”
“사랑하는 동생의 처소겠지요.”
“맞습니다. 그러면 언니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안좋았겠네요.”
“성경에 보면 하나님이 언니인 레아를 불쌍히 보시고 자식을 낳게 했다고 나옵니다. 오히려 라헬은 자식을 낳지 못했습니다. 레아가 아들을 넷이나 낳았습니다. 그러면 이제 라헬의 마음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라헬의 마음이 좋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라헬은 야곱에게 자신도 자식을 낳게 해달라고 못살게 굽니다. 야곱이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라헬이 자신의 몸종을 야곱에게 첩으로 주고 그녀를 통해 아들을 얻으면 자신의 아들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야곱이 어떻게 했습니까? 거부했나요?”
“야곱은 라헬의 몸종을 첩으로 받았습니다.”
“아내가 둘이나 있는데 또 첩을 둬요? 남자들은 다 똑같다니까요.”
“아내가 죽겠다고 닥달하니까 그런거죠.”
“그래도 자기가 절대 싫으면 하지 않을텐데 좋았으니까 첩을 들였겠지요.”
“야곱의 속도 엄청 복잡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 첩이 아들을 둘이나 낳았습니다. 라헬의 기분이 어땠을까요?”
“좀 풀렸겠네요.”
“예, 그럼 언니의 기분은요?”
“언니는 자식으로 우대를 잡았는데 그게 안되니까 기분이 나빠졌겠네요.”
“그래서 언니도 자신의 몸종을 야곱에게 첩으로 줍니다.”
“예? 정말 막장 드라마네요.”
“막장 드라마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 인간이 사는 모습입니다. 매일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나 떠도는 소문들을 들어 보십시오. 정말 영화나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아한 척해도 그게 우리 인간의 수준인 겁니다. 여기 해운대에 고층 아파트가 많고 잘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아마 그 아파트 숫자만큼, 밤에 빛나는 전등 숫자만큼 고민거리와 사건들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구원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가면을 벗고 우리의 실상을 제대로 보게 만들어 줄 존재가 필요합니다. 그분이 바로 예수님입니다. 우리 자신을 제대로 보게 하기 때문에 성경은 예수님을 빛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