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헌금할 때 이름을 쓰나요?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교회에서 너무 세속적인 것 같습니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형식도 거룩하고 뭔가 세상과는 다른 방식이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있으시군요?”
“예, 좀 그렇습니다. 하나님이 헌금을 받으신다면 하나님은 이름을 쓰지 않아도 누가 헌금을 했는지 다 아시겠지요. 헌금을 할 때 이름을 쓰든 쓰지 않든 자유입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헌금할 때 봉투에 이름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아무런 이름도 없이 헌금함에 그냥 돈을 넣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지요. 제가 담임하는 초기만 해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왜 헌금할 때 이름을 쓰는 것이 당연하게 된 거죠?”
“가장 큰 이유는 ‘기부금 확인서’ 때문입니다. 기부금 확인서를 발급하려면 누가 얼마를 헌금했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웬만한 규모의 교회에서는 헌금을 전산으로 정리하기 때문에 매주 누가 얼마를 헌금했는지 입력했다가 나중에 기부금 확인서를 발급해 달라고 하면 바로 발급해 줍니다. 하지만 굳이 기부금 확인서를 받지 않고 세금 환급이 필요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이름을 쓸 필요가 없지요. 지금도 이름을 쓰지 않고 무명으로 헌금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군요.”
“헌금을 하면 복수의 사람들이 헌금 계수를 합니다. 재정 관리를 좀 더 투명하게 하자는 의도지요. 제가 담임했던 교회에서도 만약 교회 재정에서 돈이 인출되면 3명에게 알림이 가도록 해두었습니다.”
“그런 것도 있군요”
“옛날 교회 주보에는 헌금한 사람들 명단이 나왔습니다.”
“그래요? 너무 한 것 아닌가요?”
“옛날에 이름을 써 헌금을 하고 주보에 명단을 내는 것은 두 가지 사정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내가 헌금을 했는데 사고 없이 정말 교회 재정으로 잘 들어갔는지 다음 주 주보를 통해 확인하는 겁니다. 둘째는 사람들의 연약함 때문에 덕을 위한 부분도 있습니다.”
“헌금 한 사람 이름은 나오고 하지 않은 사람 이름은 나오지 않는데 무슨 덕을 위한다는 겁니까?”
“옛날 주보에 헌금 명단은 가나다순이 아니었습니다.”
“헌금 명단에도 무슨 순서가 있나요?”
“가장 앞에는 담임목사님과 장로님들의 이름이 나와 있었습니다.”
“예? 왜요?”
“사람들이 자기 이름도 확인하지만 담임목사나 장로같은 사람들이 헌금했는지도 보고 헌금을 했느니 하지 않았느니하며 뒷담화를 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 너무 의외네요.”
“교회에 다닌다고 성자가 되는 것이 아니고 여전히 연약한 사람들이니까요.”
“그래서 어떤 교회는 목사님의 이름이 왜 앞으로 나오냐고 시비를 했는지 헌금 명단 가장 뒤에 있는 경우도 봤습니다.”
“참 쉽지 않네요. 목사님들 마음 고생이 많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