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은 가족과 모든 재산을 갖고 인사도 없이 훌쩍 떠났습니다. 야곱이 외삼촌 라반에게 돌아가겠다고 하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나오는데, 야곱이 고향을 떠나 객지 생활을 한지 20년이 지났습니다.”
“그렇게나 오래 되었어요?”
“두 아내를 위해 14년을 일했고, 품삯을 위해 6년을 일해서 도합 20년이 된 것입니다.그동안 아들 11명, 딸 1명의 대가족이 되었습니다. 재산도 제법 모았고요. 당연히 금의환향하고 싶었을 것이고, 환송 받으며 떠나고 싶었을 겁니다. 그러나 인생 살면서 원하는 대로 다 되던가요?”
“그런 일은 없죠.”
“야곱은 20년 살던 곳에서 도망치듯 떠나야 했습니다. 요즘과는 관계나 개념이 좀 다르지만 아무튼 자기에게는 처가이고 자식들에게는 외가인데 그런 식구와 원수처럼 되었으니 마음이 정말 불편했을 겁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이 함께 해주셔도 어려운 일이 있네요.”
“하나님을 믿는다고 이 세상이 갑자기 낙원이 되고 모든 일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세상에 기독교인이 많은데 모든 기독교인이 자기 마음대로 되기를 원하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모두 자기 자식들 서울대에 넣어달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 그러면 안되겠네요.”
“이 세상 사는 동안 피하고 싶은 일도 당하고 사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래서 천국을 사모하게 됩니다. 저도 여러분들과 이렇게 성경공부하는 것 좋지만, 예수님이 다시 오시고 천국 가는 것이 훨씬 더 좋습니다.”
“야곱이 도망한지 사흘만에 그 소식을 외삼촌이 알게 되었습니다. 야곱과 일행은 갈릴리 호수 동편에 있는 길르앗 산지에 이르게 되었는데, 외삼촌이 사람들을 이끌고 일주일을 쫓아와서 곧 사로잡게 되었습니다. 외삼촌이 야곱을 잡으면 어떻게 할까요?”
“재산 다 빼앗고 다시 머슴살이 시키겠네요.”
“그런데 외삼촌이 야곱을 만나기 하루 전날 하나님이 외삼촌의 꿈에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시시비비를 따지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곱게 보내주라는 말이네요.”
“맞습니다. 하나님을 잘 섬기지 않고 못된 짓을 하는 사람도 이런 꿈을 꾸면 뭔가 불길하니까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다음날 외삼촌 라반이 야곱을 만납니다. 라반은 원래는 자기가 환송해 주려고 했는데 야곱이 몰래 떠나는 바람에 외손주들과 인사도 제대로 못하게 만들었다며 원망하는 정도로 그칩니다. 그런데 하나 따지고 되찾을 것이 있습니다. 라헬이 자기 아버지의 작은 우상을 훔쳐 나온 것 기억하시죠?”
“예.”
“라헬이 몰래 한 일이니까 야곱은 전혀 모르는 일인데, 라반이 야곱에게 그걸 내놓으라고 요구한 겁니다. 야곱은 몰래 나오는 것만으로도 시비가 붙을 일인 줄 아니까 라반의 것은 전혀 손대지 않았습니다. 라헬이 그런 일을 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거죠. 그래서 야곱이 ‘만약 그 물건이 나오면 그걸 훔친 사람은 죽임을 당할 것이고, 그 물건은 당연히 외삼촌에게로 돌아가야 한다’고 장담을 했습니다.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갈 때 당사자 라헬은 어땠을까요?”
“조마조마했겠네요.”
“라헬은 한 꾀를 냈습니다. 자기가 훔쳐 온 아버지의 작은 우상을 낙타 안장에 놓고 그 위에 앉은 겁니다. 그리고 생리 중이라 거동이 불편해서 움직일 수 없다고 변명을 했습니다. 당연히 작은 우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야곱이 큰 소리를 냈습니다. 자신이 14년간 두 아내를 위해, 품삯을 위해 6년을 보내는 동안 외삼촌의 재산에 조금의 손해도 입히지 않았고, 정말 성실하게 일한 것밖에 없는데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냐고, 오히려 외삼촌이 10번이나 품삯의 내용을 이랬다저랬다하며 바꾸지 않았냐고 따졌습니다. 그리고 외삼촌 앞에서 아주 중요한 말을 하는데요. 자기 할아버지인 아브라함과 자기 아버지인 이삭의 하나님이 아니었으면 자신은 알거지가 되었을 것이라고 고백한 겁니다. 공개적으로 하나님이 도우셨다는 걸 고백했습니다.”
“그래도 아버지의 것을 훔친 것은 훔친 거잖아요?”
“맞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겸손한 고백은 잘한 일이지만 라헬이 도둑질을 한 것과, 그 도둑질을 한 이유가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신을 의지하기 위한 마음이었기 때문에 그건 분명히 잘못된 일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흐른 뒤에 이 부분을 따로 정리하는 사건을 만나게 됩니다. 세상이 끝난 다음엔 하나님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심판하시지만 세상 사는 동안에는 시간 간격을 두고 정리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혜서에 보면 사람이 어려운 일을 당할 때는 ‘내가 왜 이런 어려움을 당하는 걸까?’ 그 이유를 생각해 보라고 했습니다.”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 보아라"(전도서 7:14상)
“이 사건이 있은 후 야곱과 라반은 함께 돌무더기를 쌓습니다. 지계석을 쌓은 겁니다. 고대 사회에서는 이것으로 서로의 경계를 삼았습니다. 그리고 서로 이 돌무더기를 넘어 상대방을 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라반과 그 무리는 자기 땅으로 돌아가고 야곱과 가족은 다시 고향을 향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고, 고향 한 번 가기 참 힘드네요.”
“야곱이 큰 고비를 넘었으니 이제 고향으로 잘 가게 될까요?”
“아니요.”
“어떻게 아세요?”
“모르지만 그럴 것 같아요. 인생이 그렇게 쉽지 않으니까요.”
“맞습니다. 우리 인생이 그렇지요. 고난 하나 지나가서 한 숨을 돌리면 금방 또다른 고난이 찾아옵니다. 성경은 우리 인생을 잘 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끝나면 굳이 성경을 볼 필요가 없지요. 성경을 보지 않더라도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란 걸 어린 아이들도 알고 있으니까요. 성경은 또한 이렇게 피곤한 인생에서 우리를 구원하실 분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하는 책입니다. 야곱에게도 더 위협적인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