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수님이 한겨울에 마굿간에서 태어났다고 하는 것은 너무 한 것 같습니다. 잘못하면 아기가 얼어 죽을 수도 있는데요.”
“저도 어릴 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겨울방학 때 시골에 가면 너무너무 추워서 외양간의 소도 짚으로 등에 방한복 같은 걸 입고, 여물도 할아버지께서 따뜻하게 만들어 먹이셨던 걸 봤거든요.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면 소도 견디기 힘든 추위인데 갓난아기가 어떻게 그런 곳에서 견디겠습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상상이 안됩니다.”
“일단 말씀드렸듯이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이 한겨울인 12월 25일이 아니고요. 유대인들의 마굿간이 우리나라의 외양간과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외양간이 사람들이 사는 곳과는 떨어져 있고 거의 외벽이 없이 뚫려 있습니다. 그러나 유대인의 집에는 모든 소나 양을 다 들이는 게 아니라 출산을 앞둔 짐승이나, 갓 태어난 새끼나, 다쳐서 보호가 필요한 짐승을 돌보는 곳이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롤 중에 ‘저 들밖에 한밤중에’라는 노래 아시죠?”
“예.”
“보통 소나 양이나 짐승들은 들판에서 방목을 했습니다. 밤에도 목자들이 들판에서 양떼를 지켰습니다. 집에 짐승을 위한 공간이 있는데, 당시에 시저의 아들 옥타비아누스가 초대 로마황제가 되고 국가 재정을 든든히 하기 위해 세금을 거두려고 모든 로마의 식민지까지 호적을 고향에서 등록하게 했습니다. 옛날에는 어디 출신 누구의 자손이 중요했으니까요. 그런데 베들레헴이란 곳이 작은 시골 동네인데 다윗 왕의 고향입니다. 다윗 왕은 들어보셨지요? 다윗과 골리앗?”
“예.”
“다윗이 왕이 되어 왕비도 여럿 두고, 자식도 많이 두었으니 그 후손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 후손들이 작은 마을에 갑자기 모였으니 당연히 숙소가 모자랐겠지요. 베들레헴 사람들이 인심이 야박해서 예수님이 마굿간에서 태어나신 게 아닙니다. 방이란 방은 다 찼을 때, 오히려 ‘만삭의 몸으로 노숙을 할 수는 없으니 짐승들 관리하는 공간에서라도 묵겠느냐?’고 배려해 준 것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그 사람들이 못되서 그런 게 아니군요.”
“작은 시골 마을에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몰렸으니 얼마나 복잡하고 혼란했겠습니까? 그런 상황을 생각하면 달리 보입니다.”